1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 1번홀에서 리디아 고가 티샷하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1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 1번홀에서 리디아 고가 티샷하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리디아 고(24·뉴질랜드)가 ‘월드 클래스’다운 뒷심을 발휘했다. 1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CC(파71)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공동 8위로 단숨에 30계단 뛰어오르며 우승 경쟁에 가담했다.

후반에만 버디 5개 몰아쳐

전 세계랭킹 1위이자 올림픽 2연속 메달리스트인 리디아 고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것은 2년 만이다. 최연소 여자골프 세계 1위 등 10대에 ‘골프 천재 소녀’라는 이름을 얻었던 그지만, 짧지 않은 슬럼프를 겪었다.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우승 소식이 끊겼고 경기력도 내려갔다. 세계랭킹은 50위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골프 천재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상승세를 탔다. 메이저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리디아 고의 고국 방문에 골프 팬들은 열광했다. 1라운드에서는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탓에 이븐파로 다소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 자칫 커트 통과도 어려워질 수 있는 스코어였다.

그렇지만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골프 천재의 뒷심은 역시 남달랐다. 전날 일몰로 미뤄진 1라운드 잔여 경기에서 버디 1개를 잡아내며 시동을 걸었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경기 전반 파 세이브를 이어가다 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리디아 고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이날 후반전에서다.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14번홀(파5)에서는 LPGA 톱 랭커의 수준을 보여줬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 언덕을 공략했고, 공은 백스핀으로 경사를 타고 홀 한뼘 거리에 바짝 붙었다.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그림 같은 버디를 시작으로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이날 하루에만 잔여 경기를 포함해 총 8개의 버디를 낚아낸 셈이다.

핫도그 푸드트럭 이벤트에 “대박”

대회가 열린 아도니스CC에는 이날 리디아 고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꼽은 ‘핫도그’ 푸드트럭이 찾아와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핫도그를 정말 좋아한다. 1년 내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고, 한 업체에서 리디아 고의 애정에 푸드트럭 이벤트를 선물한 것이다. 그는 푸드트럭을 보고 “대박!”이라고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멋진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소미(22)가 중간합계 10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호주 동포 이민지(25)와 이다연(22)이 9언더파로 공동 2위로 추격 중이다. 지한솔(25) 정윤지(22) 성유진(21)은 8언더파로 우승 경쟁에 가담했다. 올 시즌 6승을 거둔 박민지(23)는 커트 통과에 실패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