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허문찬 기자
사진 = 허문찬 기자
“이제 급류구간입니다. 준비하세요!”

가이드의 외침에 팀원들이 일제히 노를 거두고 보트 바닥의 발걸이에 발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내 거친 물살을 만난 보트가 요동치며 내달렸다. 급류 구간 곳곳에 버티고 선 바위들이 보트를 이리저리 튕겨냈다. 보트를 부여잡은 팀원들의 비명소리가 한탄강 협곡에 울려퍼졌다.

래프팅은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급류를 헤쳐나가는 레포츠다. 한 보트에 적게는 5명(가이드 포함), 많게는 11명이 팀을 이뤄 노를 젓는다. 보트에 탄 시간만큼은 이들이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하나 둘! 하나 둘! 현무암 협곡 질주…처음 본 사람도 ‘한배 탄 동지’ 되다

강원 철원 한탄강에서 체험한 래프팅은 승일교에서 출발해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3.2㎞ 구간에서 이뤄졌다. 한탄강은 주상절리로 이뤄진 아름다운 협곡 사이를 흐른다. 강원 인제 내린천, 영월 동강과 함께 래프팅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시작은 보트 운반이었다. 이날 래프팅에 참여한 4명과 가이드까지 총 5명이 무게 270㎏짜리 보트를 들고 강으로 내려갔다. 5명은 래프팅을 위한 최소인원이다. 강물에 보트를 띄운 뒤 탑승해 노를 손에 쥐었다. 노를 쥘 때는 한 손으로 머리 부분 손잡이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두 손 모두 노의 기둥부분을 잡을 경우 노를 젓다가 미끄러져 놓칠 수 있다. 보트 맨 앞에 힘센 이들이 배치됐다. 맨 뒤에는 보트의 방향을 조정하고 탑승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가이드가 탔다. ‘하나 둘! 하나 둘!’ 소리에 맞춰 힘차게 노를 젓자 보트가 전진했다.

고요하던 한탄강의 표정은 급류구간에서 돌변했다. 보트가 일순간 급격하게 기울어지면서 짜릿한 스릴감을 선사했다. 급류를 타는 도중 보트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땐 강물에 몸을 맡기면서 전방의 장애물을 피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다 급류 속 바위, 보트 등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고석정·주상절리, 환상적인 수상뷰…가을엔 ‘단풍 래프팅’ 인기

잔잔한 강물 위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과 숲 등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래프팅의 장점이다. 한탄강에 자리 잡은 고석정은 유명 관광지다. 특히 10월엔 단풍도 감상할 수 있어 ‘단풍 래프팅’을 즐기려는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중간중간 수영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는데, 백미는 다이빙이다. 6m 정도 높이의 바위에서 강물로 뛰어들 땐 공포와 쾌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래프팅을 할 땐 구명조끼와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바위나 보트에 쓸려 부상 당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상·하의 모두 긴팔을 입는 걸 추천한다. 아쿠아슈즈도 신어야 하는데 이때 두꺼운 양말을 함께 착용하는 게 ‘꿀팁’이다. 맨발일 경우 거친 모래가 아쿠아슈즈 안에 들어가면 너무나 고통스러워 걷기 힘들다.

래프팅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선 탑승자 간 협동이 필수다. 이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 타더라도 1시간 안팎의 래프팅을 마칠 때쯤엔 자연스레 친분이 쌓인다. 최소 탑승인원은 4명이지만 2~3명이 가도 된다. 한탄강짱래프팅 관계자는 “거친 물살을 가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래프팅의 매력에 빠져 매년 한탄강을 찾는 여성도 있고, 가족 단위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며 “래프팅은 운동 효과가 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철원=최진석/박종관/구민기/오현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