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개인전 16강 탈락으로 그랜드슬램 무산
"선수 생활에 아쉬움 남기기 싫어…더 고민해 봐야겠다"
사로 떠나려던 오진혁, 미련이 남았다…"은퇴요? 찜찜하네요"
"뭔가 찜찜한 부분이 남았어요.

그게 아쉬워요.

더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
거취를 묻는 말에 '불혹의 궁사' 오진혁(40·현대제철)의 눈빛은 흔들렸다.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양크턴에서 끝난 2021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오진혁(현대제철)의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진혁도 이 대회를 위해 출국한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은퇴 의사를 넌지시 내비쳤다.

사로 떠나려던 오진혁, 미련이 남았다…"은퇴요? 찜찜하네요"
그는 세계선수권 출전 뒤 국가대표선발전 출전 여부를 묻는 말에 "아직 선발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잘 마치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하지 못한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을 이번에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생애 마지막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우승을 이뤄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은퇴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오진혁은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으나,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는 유독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한국 양궁에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 부른다.

사로 떠나려던 오진혁, 미련이 남았다…"은퇴요? 찜찜하네요"
오진혁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에서는 후배들과 금메달을 합작했으나 개인전에서는 또 고배를 마셨다.

16강전에서 터키의 AK 사멧에게 덜미를 잡혔다.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진혁은 '은퇴'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오진혁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에 관해) 말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16강전 패배의 아쉬움이 매우 짙은 듯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선수 생활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찜찜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대표팀과 동행했던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오진혁이 은퇴하겠다는 생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로 떠나려던 오진혁, 미련이 남았다…"은퇴요? 찜찜하네요"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오진혁에게 매우 힘든 선택이 될 수 있다.

오진혁은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졌을 정도로 오른쪽 어깨 상태가 나쁘다.

대회 일정에 맞춰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출전이 가능할 정도다.

극도로 경쟁적인 한국 양궁에서 마흔인 그가 대표선수의 지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만약 오진혁이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면 활 무게를 줄여 어깨에 부담을 덜거나 국가대표 선발전을 한 해 거르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