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끝난 컵대회 제패…"첫 경기 부담 컸다.

감독 되니 더 정신없어"
데뷔전 우승 SK 전희철 감독 "꼼꼼한 약속의 농구로 정상 도전"

"약속, 믿음 이런 얘기를 많이 하니까 주위에서 '감독이 아니고 목사님이냐'는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48) 감독의 데뷔전을 마친 소감이다.

전희철 감독은 2021-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임 사령탑이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었지만 전희철 감독은 18일 끝난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내며 '준비된 지도자'로서 면모를 입증했다.

감독 데뷔 무대이기는 했어도 사실 전 감독은 2011년부터 10년간 SK 코치를 지낸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다.

전 감독은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승 소감을 묻는 말에 "구단에서도 많이 좋아하시더라"며 "얼마나 (초보 감독에 대한) 걱정이 크셨겠어요"라고 껄껄 웃었다.

데뷔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한 전 감독은 "주위에서 SK는 저만 잘하면 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자학 모드'를 이어가며 "이번 대회도 선수들이 다 열심히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초보'답지 않은 우승 소감을 말했다.

데뷔전 우승 SK 전희철 감독 "꼼꼼한 약속의 농구로 정상 도전"

전 감독이 '약속, 믿음'을 많이 이야기한 것은 타임아웃 때였다.

그는 "연습 때 약속한 대로 움직이자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주위에서 '목사님이냐'라고도 하시더라"며 "제가 병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완벽주의자 같은 면이 있어서 줄이나 열을 맞추는 걸 따지는 스타일이고, 연습도 마음에 안 들면 될 때까지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문경은 전 감독을 보좌할 때도 '꼼꼼함, 세밀함'은 당시 전희철 코치 담당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10년간 호흡을 맞춘 문경은 전 감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전희철 감독은 공교롭게도 이번 컵대회 데뷔전 상대가 전주 KCC였다.

문경은 감독-전희철 코치 체제의 첫 공식 경기도 KCC였는데 그때는 SK가 66-92로 대패를 당했다.

전 감독은 "안 그래도 그때 생각이 나더라"며 "이번에 KCC는 외국인 선수가 안 뛰기 때문에 우리가 전력상 앞서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경기를 말려서 패하면 더 충격이 클 수 있어 부담이 컸다"고 첫 경기를 앞뒀을 때 심정을 털어놨다.

이번에는 SK가 KCC를 96-73으로 대파하고 전 감독의 데뷔전을 산뜻하게 만들었다.

데뷔전 우승 SK 전희철 감독 "꼼꼼한 약속의 농구로 정상 도전"

코치를 오래 한 전 감독은 "오히려 코치일 때가 우리 팀의 잘 안 되는 부분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 같다"며 "코치일 때는 우리가 안 되는 부분만 보면 되고, 감독에게 우리가 잘 되는 점은 굳이 얘기를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감독이 되니 우리가 잘 되는 부분도 봐야 하고, 선수들 사기도 살려줘야 하고, 챙길 게 많아지니 오히려 놓치는 부분이 더 많이 생기더라"고 코치 때와 달라진 부분을 지적했다.

'전희철 농구'의 색깔은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전 감독은 "일단 지금의 SK는 빠르게 달리는 농구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제가 만일 예전 하승진이 있는 팀을 맡고 있다면 높이를 살려야 하고, 선수들 개인 능력이 더 떨어지는 팀이라면 빠른 농구보다 오히려 템포를 느리게 해서 세트 오펜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희철 농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선수 구성에 맞게 판단해서 그 팀에 제 농구를 입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데뷔전 우승 SK 전희철 감독 "꼼꼼한 약속의 농구로 정상 도전"

SK의 2021-2022시즌 변수는 자밀 워니와 최준용이라는 외부 평가에 대해 전 감독은 "지금까지 성실하게, 또 작년에 비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쌌다.

이 둘은 2019-2020시즌 SK가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2020-2021시즌에는 부진한 성적, 경기 외적인 사고 등으로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전 감독은 "서로 얘기도 많이 하면서 믿음도 쌓아가고 있다"며 "작년에 잘못한 건 인정하되,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1차 목표는 6강"이라고 밝힌 전희철 감독은 "우선 2라운드까지 해보고 그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선수들에게 새롭게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SK는 24일부터 사흘간 수원 kt, KCC, 한국가스공사와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연습 경기를 치르며 10월 정규리그 개막을 대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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