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전반기 0.218→후반기 0.348 "자존감 높아지고 타격 좋아져"
수염 기르고 뛰고 책 읽고…LG 이형종의 '야구 오춘기' 극복기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형종(32)이 2021시즌 후반기 들어 수염을 기르고 나타났던 것은 때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생전 처음 수염을 기르고, 싫어했던 러닝머신도 매일 뛰었다.

진지하게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낸 이형종은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면서 부진했던 타격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이형종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 1타점으로 맹활약, 5-0 승리를 이끌었다.

수염은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였다.

경기 후 이형종은 "원래 수염 기르는 것을 안 좋아하는데, 그냥 잘 안되니까 한번 길러보고 싶었다"며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수염을 기른 효과는 있었다.

전반기 0.218이었던 타율은 후반기 0.348로 뛰어올랐다.

이형종은 "지난달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대타로 한 타석 나갔다가 안타를 못 쳤다"며 "(수염을) 깎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가 끊겼으니 핑계 삼아서 깎았다"며 웃었다.

이형종은 수염까지 기른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며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감독님이 바뀌셨으니 팀 색깔도 바뀌었는데 제가 적응을 잘 못 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부담감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저 자신을 놓쳤던 것 같다"며 "정체성과 자존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스스로 조급해하고, 저를 아끼지 않는 느낌들이 있었다.

올해 유독 심하게 저를 몰아붙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염 기르고 뛰고 책 읽고…LG 이형종의 '야구 오춘기' 극복기
이형종은 '나를 찾는 여행'에 나섰다.

그는 "책도 읽어보고, '박태환 헤드셋'을 사서 음악도 듣고, 자아 성찰을 했다"고 밝혔다.

러닝머신도 탔다.

그는 "운동선수여서 많이 뛰니까, 평소에는 걷거나 뛰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웃으면서 "싫어하는 것을 더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5일 동안 아침에 훈련장에 와서 러닝머신을 타보니 '할 수 있구나', '할만하네'라고 느꼈다면서 "싫어하는 거 하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며 자신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찰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형종은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그러면서 후반기에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돌파구를 하나 찾은 느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형종은 전에도 야구 사춘기를 겪은 적이 있다.

투수 유망주였던 이형종은 기대 속에 2008년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부상과 팔꿈치 수술 등 시련을 겪으면서 방황하다가 2010년 방출당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2014년 '타자 전향'을 선택한 이형종은 2016년 타자로 1군에 데뷔해 LG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이형종은 "나이로는 베테랑이지만, 타자로서는 5∼6년 차다.

20대 중후반에 겪어야 할 느낌을 지금 겪다 보니 이런 정체성 혼란이 올 때도 있다"며 야구 '오춘기'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보여줄 나이인데, 올해 발전하는 모습 보이고 싶었고, 한 단계 더 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완벽해지려고 그런 것이냐'는 말에 이형종은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