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감독 "크레익, 1루수 비중 늘릴 계획…박병호가 받아들여야"
설자리 잃어가는 키움 박병호, 주장 완장 이어 1루도 잃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상징과도 같은 박병호(35)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키움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시즌 10차전을 치른다.

키움은 이날 이용규(우익수)-김혜성(유격수)-송성문(2루수)-박동원(포수)-윌 크레익(1루수)-박병호(지명타자)-변상권(좌익수)-예진원(중견수)-전병우(3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를 새 외국인 타자 크레익이 차지하면서 박병호는 지명타자를 맡게 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크레익의 포지션을 1루수로 고정할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은 "크레익이 우익수 수비에서 불안한 장면이 있었다"며 "1루수 비중을 늘리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원래 1루수가 전문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1루수로 나선 크레익은 기다렸다는 듯이 좌중간 담장 상단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냈다.

팀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박병호에게는 가혹할 수 있는 결정이다.

크레익이 1루수를 꿰차면서 박병호는 갈 곳을 잃었다.

박동원과 이지영, 2명의 공수 겸장 포수를 보유하고 있어 1명은 지명타자로 돌려야 하는 키움의 시스템상 박병호의 출전 기회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년째 부진이 이어지는 박병호는 1루수 대체 자원이 등장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홍 감독은 "박병호 본인이 받아들여야 한다.

박병호와도 대화를 나눴다"며 "'에이징 커브'나 부진 같은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인데, 전성기 같은 경기력은 아니지만, 주장 아닌 리더로서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후배들 잘 다독이면서 이끌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찾아 나가고 있다.

그 방안에 맞게 박병호가 받아들여 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병호는 최근 주장 완장까지 내줬다.

까마득한 후배인 김혜성이 잔여 시즌 팀을 이끌 새 주장에 선임됐다.

2011년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돼 2012년부터 팀의 구심점이 된 박병호는 올해에는 백업 선수로 전락할 위기로 내몰렸다.

박병호는 올 시즌 71경기에서 타율 0.220에 12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6을 기록 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키움으로선 이게 최선의 길일 수 있지만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박병호는 팀에서 홀대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홍 감독은 "박병호가 힘들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