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수는 그냥 '선수', 여자 선수는 '여자 선수'
성적 대상화하는 카메라 앵글은 여자가 남자와 비교해 10배 정도
올림픽 중계서 여자선수 비중 커졌지만 '성 차별적' 내용은 여전
8일 끝난 2020 도쿄올림픽 TV 중계에서 여자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졌으나 성(性) 차별적인 내용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신문 USA투데이는 13일 미국 매체들의 올해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성평등 비영리단체 '리프리젠테이션 프로젝트'가 미국 방송의 도쿄올림픽 1주 차 프라임타임 방송 내용을 분석한 '여성들의 경기를 존중하라'(RESPECT HER GAME)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시간대의 올림픽 방송에서 여자 선수들을 다룬 분량이 전체의 5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남녀가 함께 경기하는 혼성 종목을 포함한 수치이며, 혼성 경기를 제외하더라도 여자 선수들의 분량이 전체의 57.95%로 높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혼성 경기 포함 58%, 혼성 경기 제외 55%보다도 높은 역대 최다 기록이며 2012년 런던 대회부터 3회 연속 여자 경기가 남자보다 더 많이 방송됐다.

올림픽 중계서 여자선수 비중 커졌지만 '성 차별적' 내용은 여전
그러나 방송의 내용을 따져보면 여자 종목,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중계에서 '여자 선수'라고 성별을 구분 짓는 표현이 전체의 13.6%인데 비해 '남자 선수'라는 표현은 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자 선수'는 일반적인 선수가 아닌 부차적인 선수로 여겨지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또 다소 폄하의 의미가 담긴 성별 표현의 사례에서도 여자 선수를 '소녀, 숙녀' 등으로 부른 사례가 29번 나왔지만 '소년'이라는 호칭은 4번으로 대비를 이뤘다.

노출이 있는 유니폼을 입는 비율 역시 여자 선수들이 69.6%로 남자 선수들의 53.5%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계 카메라가 선수의 신체를 대상화하거나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추는 등의 화면은 여자 선수들이 전체의 5.7%로 남자 선수들의 0.6%에 비해 10배 가까이 됐다.

이 보고서는 또 "NBC의 프라임타임 중계 방송진의 인적 구성에서도 82%가 남자"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맡은 리베카 쿠퍼는 "이번 대회를 분석한 결과 여자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선수의 연애 상대, 결혼 여부, 외모 등에 대한 발언에서 남녀 선수 간 격차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중계진의 남성 비중이 여전히 크고 여자 선수에게 주로 '여자'라는 성별을 따로 붙이는 등의 문제는 여전했다"고 평가했다.

쿠퍼는 또 "여자 선수들을 대하는 카메라 앵글이나 노출이 심한 유니폼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