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식종목 된 도쿄 패럴림픽에 한국 선수 홀로 출전
코로나19 여파에 야외서 발차기 훈련도…"긍정적으로 임할 것"
장애인태권도 주정훈 "패럴림픽서 태권도 첫 메달 걸고 올게요"
주정훈(27·서울시장애인태권도협회)은 하계 패럴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선수다.

이미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는 내친김에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노린다.

태권도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상지 절단 장애인들이 출전할 수 있으며 겨루기 종목만 치른다.

남녀 3개 체급씩, 총 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주정훈은 올해 5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 남자 -75㎏급(장애등급 K44)에서 1위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주정훈은 "준비하는 과정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아 왔다.

좋은 결과를 통해 보답하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서 목에 무거운 것(메달)을 걸고 웃으며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의 스포츠 종목이 타격을 입었듯, 주정훈 역시 열악한 환경 속에 훈련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훈련 시설이 폐쇄됐다.

최근에는 야외에서 발차기 등 태권도 연습을 하고 있다"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준비해야 하니 안타깝다.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주정훈은 "장애인태권도를 시작할 때도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올림픽 종목 채택 전에는 선수층도 얇고 지원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렇게 운동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도 멘탈적인 측면에서 약간씩은 흔들려도 많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다른 경기와 같이 최선을 다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태권도 주정훈 "패럴림픽서 태권도 첫 메달 걸고 올게요"
목표는 물론 패럴림픽 시상대 위에 서는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어 사고가 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이후 선수의 길을 걸으며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왔지만, 사춘기가 온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을 그만뒀다.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다.

시합에 나가서도 당당하지 못했고, 숨기기 바빴다.

경기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운동을 그만두고는 대학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해 보기도 했다.

다시 태권도를 시작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주위에서 태권도를 다시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왔고, 고민하던 그는 "바보같이 왜 망설이느냐"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2017년 겨울 태권도복을 입었다.

덕분에 한국 최초로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태권도 국가대표가 됐다.

주정훈은 "이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잘 선택했다"고 힘줘 말했다.

세계 랭킹 13위인 주정훈은 "랭킹은 10위권 밖으로 조금 낮지만, 올림픽에서 보니 순위권 밖의 선수들이 약진하는 경우도 있더라"라며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지만, 더 좋아질 거로 믿고 긍정적으로 대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과거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어릴 적 자신을 키워 주신 할머니께 걸어드리겠다고 한 바 있다.

주정훈은 "생각해보니 그럼 부모님이 서운하실 것 같다.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며 "할머니와 부모님께 차례로 메달을 걸어드려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