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맏형 김정환 "파리 도전, 제 실력 냉정히 평가해보고 결정"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에 큰 힘을 보탠 '맏형' 김정환(38)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까지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정환은 12일 소속팀 국민체육진흥공단 유튜브 채널로 공개된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한 대회들이 있는데, 하나씩 뛰어보며 제 몸과 실력을 냉정하게 판단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탠 뒤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그러나 2019년 대표팀에 복귀,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2회 연속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고 후배 오상욱(성남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와 단체전 금메달도 합작해내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국가대표 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여태 살아온 패턴에서 벗어나 공허함을 느꼈다"고 전한 김정환은 "도쿄까지 가는게 맞나 생각했는데, (구)본길이가 '형이 있어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설득해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펜싱 맏형 김정환 "파리 도전, 제 실력 냉정히 평가해보고 결정"
복귀의 또 다른 이유로 그는 지난해 결혼한 아내에게 '왕년의 선수'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적도 있는데, "올림픽 이후 장인어른과 장모님, 와이프 모두 '확실히 인정한다.

국가대표 맞다'라고 해주셔서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번에도 김정환은 3년 전처럼 '유종의 미'를 말하며 나섰지만,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칼 솜씨는 태극마크를 완전히 내려놓기엔 아깝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김정환은 "대회 출전을 통해 제 몸 상태가 좋다고 느끼면 파리까지 도전해보고, '여기까지인가보다' 싶으면 저 못지 않게 잘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열어주는 것도 선배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구본길은 함께 인터뷰에 참여해 "사실 제가 '맏형'이 되고 싶지 않다"는 농담 섞인 호소로 김정환에게 파리까지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구본길은 "경기를 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정환이 형은 실력으론 최고다.

정신적으로도 잘 끌어줘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라며 "형의 몸을 의심하지마"라고 말했다.

김정환은 일단 내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진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함께할 공산이 크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올림픽 못지않게 화끈하고 멋진 경기 보여드리며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