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올림픽서 부상 투혼…여자 10m 플랫폼 예선 19위

[올림픽] 발목 다친 채로 다이빙 권하림 "제 실수…이것도 경험이겠죠"
특별취재단 =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순위 하나 차이로 준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한 다이빙 국가대표 권하림(22·광주광역시체육회)은 사실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권하림은 4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예선에서 5차 시기 합계 278.00점을 받아 전체 출전선수 30명 중 19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권하림은 상위 18명이 나서는 준결승에는 출전할 수 없게 됐다.

20위 선수와 함께 예비선수 명단에 든 권하림은 준결승 진출 선수 중 불참자가 생겨야 준결승에 나설 수 있다.

권하림이 누구보다 속상했을 터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권하림은 전날 발목을 다친 사실을 털어놓았다.

훈련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을 뛰고 있을 때였다.

우하람은 이 경기에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했다.

권하림도 현장에서 응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경기를 앞둔 터라 몸 관리 차원에서 먼저 선수촌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이동 중에도 휴대폰으로 중계 영상을 보며 응원했다.

그러다가 선수촌 앞 비포장 길에서 발을 잘못 디뎌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올림픽] 발목 다친 채로 다이빙 권하림 "제 실수…이것도 경험이겠죠"
권하림은 "제 실수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응급처치를 바로 해서 그나마 멍도 덜 들고 조금 부은 상태로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안 그랬더라면 오늘 경기는 아예 못 뛰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발뒤꿈치를 못 든다"면서 "제 경기를 자세히 보면 발목을 들 때 움찔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권하림은 이날 출발은 좋았지만 2, 3차 시기에서 실수를 하며 낮은 점수를 받아 순위가 밀렸다.

그는 "뒤꿈치를 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끝까지 경기에 임한 거라서 조금 아쉽긴 하다"면서 "2, 3차 시기 도약 부분에서 연습 때와는 다른 느낌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부상 여파로) 지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차 시기까지 18위 선수와 0.20점 차로 19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권하림은 5차 시기를 마친 뒤 "그래도 해냈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품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발목 다친 채로 다이빙 권하림 "제 실수…이것도 경험이겠죠"
권하림의 아버지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평행봉 금메달리스트인 권순성(56) 씨다.

권하림은 아직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 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도 못 한 올림픽 출전을 이뤘다.

그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땄을 때를 떠올리며 "아빠가 많이 기뻐하셨다.

아빠는 '나는 못 해봤지만, 올림픽에 나가면 시야도 넓어지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준비 과정이 좋은 시간일 것이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응원해주셨다.

저도 기대를 안고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권하림은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었어도 "결승에는 무조건 갈 거로 생각했다"며 더욱 아쉬워했다.

그는 "아직 메달의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주인이 제가 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다"면서 "그러면서 많이 배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제 실수로 부상도 생겼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라며 더 나은 내일을 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