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 홀부터 버디 4개 '뒷심'…"지켜볼 후배들 생각하니 독기 생겼어요"
[올림픽] 첫날 4위 고진영 "'메달 없인 의미 없어' 캐디 말에 정신 번쩍"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첫날 후반 선전에 힘입어 상위권에 자리 잡은 고진영(26)은 '독기'가 반등의 원천이 됐다고 꼽았다.

고진영은 4일 일본 사이타마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오늘 후반 6개 홀을 남기고선 무조건 언더파로 끝내야겠다는 마음에 독하게 쳤다"고 말했다.

생애 첫 올림픽 라운드에서 고진영은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쳐 선두 마들렌 삭스트룀(스웨덴·5언더파 66타)과 2타 차 공동 4위에 올랐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전반 버디와 보기 2개씩을 맞바꿨던 고진영은 12번 홀(파4) 두 번째 샷 실수로 보기를 적어내 오버파 스코어로 넘어갔다.

이때 고진영은 "화가 났다"며 '독기'를 품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반등의 시작인 13번 홀(파4) 버디는 그 독기에서 나온 셈이다.

이후 고진영은 14, 16, 17번 홀에서 연이어 버디를 낚으며 후반 기세를 몰아갔다.

고진영은 "국가대표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치는 것인데다 방송으로 저를 지켜보는 후배들도 있을 텐데, 그들도 나중에 올림픽에 나올 수 있으니까 선배로서 자긍심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디가 '여기는 예선도 없고, 목에 아무것도 걸지 않으면 출전하는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터라 정신이 번쩍 났다"면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메달 도전에 나설 의지를 뚜렷이 했다.

[올림픽] 첫날 4위 고진영 "'메달 없인 의미 없어' 캐디 말에 정신 번쩍"

고진영은 2019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해오다 6월 말 내려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자리를 꿰찬 넬리 코다(미국)와 이날 함께 라운드를 치렀다.

코다는 이날 4언더파 67타, 공동 2위로 1라운드를 마쳐 남은 사흘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예고했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 때 아이언 샷 감각이 너무 좋지 않아 연습을 많이 했더니 이번 주엔 괜찮다.

오늘 더운 날 후반에 집중했으니 내일도 정신만 차리면 타수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생애 첫 올림픽 라운드에 대해선 약간은 긴장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남자부에 출전한 김시우, 임성재가 긴장하는 모습을 방송을 보면서 '난 긴장하는 티 안 내야지' 하는 생각에 오늘 카메라를 보지 않고 옆으로 보며 웃었다"고 했다.

하지만 "긴장감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고, 코스에 올라가니 목표가 보이고 해야 할 것들이 정리되더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