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론 유대인이지만 종교법상으론 인정 못받아 결혼 못해
이스라엘 결혼제도 논쟁 불붙어…변화 촉구 목소리
[올림픽] 이스라엘 금메달리스트, '유대인 불인정' 논란
이스라엘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역사상 두번째 금메달을 따낸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엄격한 결혼제도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메달리스트인 체조선수 아르템 돌고피아트가 메달 수상과 함께 일약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엄격한 종교법 탓에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오랜 연인과 결혼하지 못하는 처지라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돌고피아트는 전날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스라엘로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이후 17년 만에 획득한 금메달이다.

돌고피아트가 결혼을 못하게 된 상황은 어머니 안젤라 빌란이 전날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알려졌다.

1997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2009년 가족과 이스라엘로 건너왔다.

돌고피아트는 아버지와 친할머니가 유대인이다.

다만 어머니는 유대인이 아니다.

이스라엘 귀환법은 조부모 가운데 한 명만 유대인인 경우에도 유대인으로 보고 시민으로서 권리를 부여한다.

이에 따라 돌고피아트는 법적으로 유대인이다.

다만 유대교 종교법인 '할라카'는 어머니가 유대인이어야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이스라엘에선 종교지도자가 주례하는 결혼만 가능하고 유대교를 비롯한 각 종교는 자신들을 믿는 사람끼리만 결혼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결국 종교법상으론 유대인이 아닌 돌고피아트는 3년간 함께 산 연인이 있음에도 이스라엘에선 결혼할 방법이 없다.

외국에 나가서 결혼하고 돌아올 수 있지만 매일 훈련해야 해 이 방법도 어렵다고 돌고피아트 어머니 빌란은 전했다.

돌고피아트의 사정은 이스라엘 결혼제도 논쟁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전날 소속 정당인 예시 아티드 회의에서 "세속결혼제 도입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라면서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오른 사람이 이스라엘에서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라고 말했다.

종교인이 주례하지 않는 세속결혼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정치적 세가 강한 유대교 초정통파에 의해 번번이 저지됐다.

언론인 이샤이 코헨은 유대교 초정통파 언론인 '키카르 하샤바트'에 "운동경기에서 메달을 딴 것이 변화의 기준이 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면서 "변화에는 십계명과 율법의 수용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매년 약 9천쌍이 이스라엘 밖에서 결혼하고 돌아온다.

재작년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60%가 세속결혼제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