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편만 지도할 수 없어…"선수들 더 단단해지길"
[올림픽] 한국끼리 '잔인한 대결', 코치석은 공석…"마음 무거웠다"

특별취재단 = 제자들이 동메달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대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코치의 마음은 어땠을까.

배드민턴 대표팀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과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은 2일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김소영-공희용의 2-0 승리. 이들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소희-신승찬은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선수들은 경기 후 서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이소희는 "어떻게 보면 잔인한 대결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들이 대결할 때 코치석은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통상 국제대회에서 같은 나라 선수끼리 맞붙을 때 지도자는 벤치를 비워둔다.

어느 한쪽만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대표팀에서 여자복식을 담당하는 이경원 코치도 김소영-공희용, 이소희-신승찬의 대결을 코치석이 아닌 본부석 옆 관계자석에서 지켜봤다.

선수들은 11점 도달 후 휴식 시간이나 1게임 종료 후 코트 교대 시간 등에 코치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작전을 짰다.

[올림픽] 한국끼리 '잔인한 대결', 코치석은 공석…"마음 무거웠다"

3일 선수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 코치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동메달을 두고 한쪽에는 축하를, 한쪽에는 위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코치는 "정말 냉정한 세계 같다"며 "선수들이 단단해지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번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더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선수 시절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효정과 여자복식 은메달을 획득한 이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정경은(31·김천시청)-신승찬의 동메달을 이끌었다.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선수들은 진한 우정을 보여줬다.

이소희-신승찬은 진심으로 김소영-공희용을 축하해줬고, 김소영-공희용은 승리 기쁨보다는 동료의 아픔을 먼저 챙겼다.

이 코치는 "두 팀은 사이가 너무 좋다"며 "그동안 고생했다며 서로 위로를 나누고 잘 마무리하더라"라고 선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선수들은 여자복식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서로 잘 되면 기뻐해 주고 응원도 해주는 사이다.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계"라고 말했다.

[올림픽] 한국끼리 '잔인한 대결', 코치석은 공석…"마음 무거웠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정말 착하고 성격도 좋아서 저도 대표팀 코치 일을 힘들지만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선수들을 만나서 행운이다.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 코치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니다.

부담도 크고 책임도 크다"면서도 "재밌기도 하고 보람이 정말 크다"며 웃었다.

도쿄올림픽 최고 보람은 "여자복식 2개 조가 모두 4강에 갔다는 것"이라며 "동메달로 마무리했지만, 4강에 오른 4팀 중 2팀이 한국이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 감독님과 코치님들, 대표팀 동료 선수들 모두 큰 힘이 됐다.

감사했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고 당부했다.

[올림픽] 한국끼리 '잔인한 대결', 코치석은 공석…"마음 무거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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