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에페 단체전 첫 메달 견인…"불면의 밤, 고통의 시간 끝에 딴 동메달, 다행"
[올림픽] 또 한 번 해낸 박상영 "리우와는 다른 중압감…많이 힘들었어요"
특별취재단 =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며 올림픽 개인전 정상에 섰던 한국 펜싱 남자 에페의 간판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이 이번엔 동료들과 함께 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박상영은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권영준(34·익산시청),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와 함께 한국의 동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펜싱이 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따낸 최초의 메달이다.

그 중심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남자 에페의 절대적인 에이스 박상영이 있었다.

사실 한국은 이날 첫 경기인 스위스와의 8강전부터 쉽지 않았다.

박상영이 마지막 9번째 경기에 나서기 전 30-34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박상영도 베냐민 슈테펜과의 마지막 경기 한 때 32-36까지 밀렸다.

하지만 그는 이후 6연속 득점을 해내는 반전 드라마로 한국을 메달 문턱까지 인도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어김없이 마지막 9번째 경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상영에겐 34-34이라는 부담스러운 점수가 놓여 있었다.

특유의 플래시 공격으로 한 점을 먼저 따낸 박상영은 이후 둥차오에게 41-37로 격차를 벌리며 경기를 매조져 '에이스' 임무를 완수했다.

[올림픽] 또 한 번 해낸 박상영 "리우와는 다른 중압감…많이 힘들었어요"
타이틀 방어에 도전에 나섰던 개인전의 8강 탈락, 이날 일본과의 준결승 패배의 마음고생을 날린 순간이었다.

메달 확정 뒤 눈물을 펑펑 쏟은 박상영은 "리우의 금메달은 그때는 기쁘고 영광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그래도 나았지만, 혼자만의 시간 때는 특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리우 이후 수술을 두 번 했고, 성적도 나지 않았다.

작년엔 폼이 좋았는데, 코로나 여파로 올림픽이 1년 연기돼 불확실성에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많았고, 살도 10㎏이 빠졌다.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며 "리우 때는 놀이터에 나온 듯 즐거웠으나 이번엔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올림픽] 또 한 번 해낸 박상영 "리우와는 다른 중압감…많이 힘들었어요"
현재 남자 에페 대표팀은 '막내 에이스' 박상영에게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다른 세 선수는 개인 세계랭킹 50위 밖에 있고, 올림픽 출전도 처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큰 부담감을 안고 도쿄로 왔을 박상영의 어깨에 단체전 때는 돌 한 덩이가 더 얹힐 수밖에 없었다.

이날 동메달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낸 결실이었다.

박상영은 "형들이 '마지막에 최대한 동점을 만들어서 건네주겠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제겐 너무 부담이었다.

실수가 나오면 경기가 끝나니 잡념이 많이 생기고 두려움도 있더라"고 힘든 과정을 돌아봤다.

8강전 마지막 경기 등 열세일 때 5년 전의 '할 수 있다'가 생각났느냐는 질문엔 "그때와 지금의 중압감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다"고 전한 그는 "한국 남자 에페 최초로 단체전 동메달을 따게 돼 다행"이라며 마침내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