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팬들은 31일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2020 도쿄올림픽 축구 남자 8강전, 여자 배구 ‘한·일전’, 야구 조별리그 2차전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포문을 여는 것은 야구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이날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리는 대회 B조 2차전 미국과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 29일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10회 연장 끝에 양의지(NC)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6-5 진땀승을 거뒀다. 미국까지 꺾으면 조 1위를 차지하고 여유롭게 일정을 풀어나갈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 스타 선수들인 오지환(LG)과 김현수(LG), 이정후(키움) 등이 미국 격파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오지환은 이스라엘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김현수와 이정후도 백투백 홈런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단기전에선 1차전처럼 상대 선발이 일찍 내려가는 등의 변수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야구 경기가 한창 열릴 쯤인 오후 7시40분부터는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여자배구 ‘한·일전’이 펼쳐진다. 두 팀은 A조에 함께 속해 있다. 한국이 2승 1패, 일본이 1승 2패를 기록했다. 8강은 A조 8개 팀 중 상위 4개 팀만 진출할 수 있다. 세르비아와 브라질이 3승으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남은 두 장 중 한 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잡으면 3승을 기록해 8강행이 사실상 확정된다. 반면 일본은 한국전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등 강팀들과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때문에 양 팀 모두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한국이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김연경은 “일본을 상대로도 뭉쳐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배구 1세트가 진행될 쯤인 오후 8시 일본 요코하마 국제 경기장에선 한국과 멕시코의 남자 축구 8강전 시작 휘슬이 울린다. 한국은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0-1로 져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이후 루마니아(4-0), 온두라스(6-0)를 완파하고 조 1위로 8강에 안착했다. 멕시코는 A조에서 2승 1패를 기록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은 멕시코와 2012년 런던 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에서 만나게 됐다. 런던에선 0-0으로 비겼고 리우에선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김학범 감독은 “우리는 모두 하나가 돼 있다”며 “멕시코를 꼭 이겨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