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에 이어 2021년 도쿄에서도 16강전에서 패배
[올림픽] 김성연의 눈물…"손에 '천천히'라고 썼는데, 또 서둘렀어요"
특별취재단 = 김성연(30·광주도시철도공사)은 무도관 매트에 오르기 전, 자신의 왼손에 '괜찮아, 천천히'라고 적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왼손을 보며 마음을 다스리고자 했다.

그러나 김성연의 손과 마음에 새긴 메모는, 28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여자 70㎏급 16강전을 치르는 중에 모두 지워져 버렸다.

5년 동안 준비한 김성연의 마지막 올림픽 개인 경기는 아쉽게 끝났다.

32강전에서 아육 오테이 소피나(카메룬)를 손쉽게 제압한 김성연은 16강에서 미카엘라 플레레스(오스트리아)와 치열하게 싸웠지만, 골든스코어(연장전)에서 절반을 내주며 패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성연은 "죄송합니다"라고 운을 뗀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가 끝난 뒤, 힘겹게 보낸 5년의 세월이 떠올랐다.

5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김성연은 1회전(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했으니, 16강전에서 이스라엘의 린다 볼더에게 연장 접전 끝에 절반패를 당했다.

충격을 딛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김성연은 도쿄에서 '올림픽 악몽'을 깨고자, 고된 훈련을 버텼다.

김성연은 "리우올림픽 이후 은퇴도 고민했지만,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훈련에 애를 먹을 때도, 도쿄를 생각하며 버텼다"고 떠올린 뒤 "그런데 이번에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5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자책했다.

[올림픽] 김성연의 눈물…"손에 '천천히'라고 썼는데, 또 서둘렀어요"
때론 순간의 판단이, 수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김성연은 "리우 때도 서두르다가 허무하게 패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는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음이 조급해질까 봐 손에 '괜찮아, 천천히'라고 썼다"며 "그런데 또 서둘렀다.

엎어치기 공격을 계속 시도하면 상대가 대응할 수 있는데, 또 성급하게 다가가다가 상대에게 (안다리 후리기) 기술을 허용했다"고 곱씹었다.

그는 "잘하겠다는 다짐만 하고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죄송하다"며 "20년 넘게 운동하고, 두 번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김성연은 2016년 리우 아쉬움을 털고 2017년 홍콩 아시아선수권 은메달, 2018년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국 남녀 유도 대표팀의 최고참 역할도 했다.

그리고, 아직 김성연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혼성 단체전에 출전하는 김성연은 "내 마지막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인 혼성 단체전에서는 꼭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