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없는 올림픽, 다양한 종목 여러 세대가 어울리는 육상의 묘미 기대
[올림픽] 도쿄 육상 가이드…뒤플랑티스·매클로플린·하산 등 주목
특별취재단 = '육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트랙을 떠났다.

볼트는 최근 800m 이벤트 경기를 한 뒤 "역시, 은퇴하길 잘했다.

너무 힘들다"고 웃었다.

이제 볼트는 편안하게 TV로 올림픽을 즐기지만, 세계육상연맹은 '볼트 없는 올림픽'을 걱정한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올림픽 육상 경기장의 스포트라이트는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만을 향했다.

다른 종목 결선보다 볼트의 예선전 취재 열기가 더 뜨거웠다.

그러나 볼트가 트랙을 떠나면서, 빛에 가렸던 다른 육상 종목들이 팬들의 눈에 들어온다.

남자 100m, 200m, 400m 계주를 향했던 관심이 이제는 여러 종목으로 분산된다.

'포스트 볼트'를 남자 단거리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가장 주목받고, 화제를 모으는 선수라면 누구나 '포스트 볼트 시대'의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다.

볼트 은퇴 후 처음 열린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다양한 종목에서 여러 선수의 이야기가 들렸다.

도쿄올림픽 육상은 7월 30일에 시작한다.

이미 수많은 육상 스타들이 도쿄에 도착해 예열을 시작했다.

도쿄에서 육상의 매력을 발산할 '육상 스타 3명'을 소개한다.

[올림픽] 도쿄 육상 가이드…뒤플랑티스·매클로플린·하산 등 주목
◇ 인간새를 넘은 '젊은 황제' 뒤플랑티스
아르망 뒤플랑티스(22·스웨덴)은 육상 남자 현역 선수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뒤플랑티스는 2020년 9월 18일 이탈리아 로마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15를 넘었다.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가 1994년에 작성한 종전 기록 6m14를 1㎝ 뛰어넘은 세계 신기록이었다.

붑카는 뒤플랑티스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남자 장대높이뛰기 실외경기 세계 1∼8위 기록을 독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플랑티스가 26년 만에 세계 기록을 바꿔놓으며 붑카의 기록은 2위로 밀렸다.

뒤플랑티스는 미국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아버지 그레그 뒤플랑티스와 육상 7종경기와 배구 선수로 뛰었던 스웨덴 출신 어머니 헬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뒤플랑티스의 형 안드레아스도 장대높이뛰기 선수다.

뒤플랑티스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를 따라 스웨덴 국적을 택했다.

7세 때 이미 3m 86을 뛰어 '장대높이뛰기 신동'이라고 불린 뒤플랑티스는 2018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20세 이하) 세계 기록인 6m 05를 넘으며 우승, '신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 97로 2위를 차지해 성인 국제무대에도 주요 선수로 떠올랐다.

2020년에는 세계 최고 육상 스타로 발돋움했고, 스웨덴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연맹 선정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뒤플랑티스는 화려한 외모에, 언변도 뛰어나다.

도쿄올림픽 육상 모든 종목에서 '가장 우승이 유력한 선수'로 꼽히는 뒤플랑티스는 8월 3일 결선을 치른다.

도쿄를 날아오르는 화려한 동작, 경기 뒤 그가 던질 '한 마디', 모두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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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400m 허들을 인기 종목으로 만든 '신성' 매클로플린
도쿄올림픽 여자 400m허들 결선은 8월 4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린다.

미국 뉴욕 시간은 8월 3일 오후 10시 30분이다.

여자 400m 허들의 인기를 반영한 편성표다.

이 종목에서는 '라이징 스타' 시드니 매클로플린(22·미국)과 '리우올림픽 챔피언' 달릴라 무함마드(31·미국)가 세기의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무함마드가 52초16의 당시 세계 기록으로 우승했고, 매클로플린은 52초23으로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6월에 열린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에서는 매클로플린이 51초90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무함마드는 52초42로 2위를 했다.

매클로플린은 '미국에서 가장 상품성 있는 육상 선수'로 꼽힌다.

매클로플린이 성인 무대 데뷔를 준비하던 2020년 초 복수의 스포츠 브랜드가 치열한 영입전을 펼쳤고, 뉴밸런스가 매클로플린과 계약했다.

당시 미국 언론은 "뉴밸런스가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클로플린은 역대 20세 이하 육상 선수 중 가장 높은 계약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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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로플린은 자유분방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춤을 추는 영상을 자주 올리고, 다양한 채널로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2015년 유소년 선수권 여자 400m에서 우승하고, 만 17세였던 2016년에는 54초15의 세계주니어기록을 세우며 리우데자네이루 미국 육상 대표팀에 합류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또 다른 목표였던 52초대를 돌파하며 매클로플린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

무함마드와의 경쟁은 여자 400m허들의 위상까지 바꿔놨다.

2019년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여자 400m 허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무함마드의 기량이 절정에 달하고, '라이징 스타' 매클로플린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한 시점이다.

매클로플린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무함마드는 '온건한 무슬림'이다.

이런 배경도 둘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림픽] 도쿄 육상 가이드…뒤플랑티스·매클로플린·하산 등 주목
◇ 중장거리 모두 잘 뛰는 '신인류' 하산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은 '난민 출신 육상 스타'다.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하산은 다른 선수보다 늦은 15살(2008년)부터 육상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11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하면서 유럽이 주목하는 중장거리 선수로 올라섰다.

하산은 2014년 취리히 유럽선수권에서 1,500m 우승을 차지하고, 5,000m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m 3위에 오르더니, 2017년 런던 대회에서는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중거리에 무게를 뒀던 하산은 최근 장거리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중거리에서도 여전히 최강자다.

하신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여자 1,500m, 3,000m, 10,000m에서 모두 1위 혹은 2위 기록을 만들었다.

이 기간 5,000m에서도 하산은 9위에 올라 있다.

육상에서 1,500m와 10,000m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많은 전문가가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만드는 하산을 '신인류'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하산은 육상계에 유례없는 사건을 만들고 있다.

하산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일정'을 고려해 5,000m와 10,000m에 출전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여자 5,000m 결선은 8월 2일에 열린다.

1,500m 결선은 8월 6일, 10,000m 결선은 7일에 치른다.

5,000m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는 하산은 1,500m 출전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휴식일이 보장되는 장거리 두 종목에 전념할 계획이다.

[올림픽] 도쿄 육상 가이드…뒤플랑티스·매클로플린·하산 등 주목
이 밖에도 주목할 육상 스타는 많다.

'미국이 사랑하는 엄마 스프린터' 앨리슨 필릭스(36), '마미 로켓'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5·자메이카) 등 육상 팬들의 향수를 부르는 전설들이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다.

2004년에 태어난 '천재 스프린터' 이리언 나이턴(17·미국)의 올림픽 데뷔전(남자 200m)도 도쿄에서 열린다.

도쿄올림픽 육상은 8월 8일까지 열린다.

7월 30일부터 열흘 동안,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