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막내서 중고참이 된 김희진 "믿어주신 감독님 감사해요"
특별취재단 =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김희진(30)은 세 번째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위를 차지한 2012년 런던 대회, 5위로 한 단계 밀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모두 현장에 있었다.

지난 시즌 후 왼쪽 무릎을 수술한 김희진은 여유 있게 재활에 들어가기 전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뛰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김희진의 재활은 속성으로 이뤄졌다.

감독이나 선수 모두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했지만,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19년 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 라바리니 감독은 팀 전술을 잘 이해하는 김희진이 팀에 꼭 있어야 한다며 라이트로 뛰는 김희진이 공격의 첫 번째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감독의 바람대로 김희진은 올림픽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폭발했다.

김희진은 27일 케냐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서브 에이스 4개, 블로킹 1개 등을 합쳐 20점을 퍼부어 팀의 세트 스코어 3-0 승리에 앞장섰다.

[올림픽] 막내서 중고참이 된 김희진 "믿어주신 감독님 감사해요"
이틀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5점을 넣고 페이스를 올린 김희진은 이날엔 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의 토스를 살려 62.5%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브라질, 세르비아,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케냐 등과 실력을 겨뤄 상위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오르는 한국은 이제 도미니카공화국과 일본만 제치면 8강 토너먼트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다.

김희진은 경기 후 "무릎 상태는 좋지 않다"며 "수술 후 볼 운동을 하기까지 두 달이 걸리는데, 지금 두 달째에 벌써 경기를 뛰고 있으니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수술한 나를 첫 번째 공격 옵션으로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이렇게 올림픽에 출전해 뛰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려운 경기가 많을 텐데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런던올림픽에서는 막내였지만, 지금 대표팀에서는 김연경(33) 등 언니 4명을 빼면 밑으로 후배가 더 많은 중고참이 됐다.

김희진은 "오늘 경기도 내가 막내였을 때 출전한 올림픽을 기억하면서 내가 먼저 파이팅을 외쳤다"며 "경기 중에 그런 파이팅이 많이 나와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9일 3차전 상대로 또 승리의 제물로 삼아야 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은 경계했다.

김희진은 "브라질과 풀세트를 치른 도미니카공화국 경기를 보니깐 강팀이더라"라며 "어떻게 대비할지 회의를 해 짧게라도 대비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케냐전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