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출전 '사격 황제' 진종오
혼성경기 함께 뛴 어린 후배에
"앞으로 승리만 있기를…" 격려

11년간 '태권왕' 지킨 이대훈
승리한 中 선수에 '엄지척' 축하
진종오(42·오른쪽)와 추가은(20)이 일본 도쿄 아사카사격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혼성 10m 공기권총 단체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진종오(42·오른쪽)와 추가은(20)이 일본 도쿄 아사카사격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혼성 10m 공기권총 단체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도전은 끝났다. 비록 메달은 없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품격 있었다. 최선을 다해 쌓아온 연습의 시간과 그를 통해 국민에게 안겨줬던 감동과 기쁨이 있어서다.

사격 황제 진종오(42)는 27일 도쿄 아사카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예선 9위에 그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다섯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진종오가 메달 수확 없이 대회를 마무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 명의 베테랑은 ‘태권왕’ 이대훈(29)이다. 세계선수권 3회 우승, 아시안게임 3연패를 기록한 세계랭킹 1위 이대훈은 올림픽 금메달로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25일 태권도 남자 68㎏ 동메달 결정전을 끝으로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했다.

‘무관’으로 돌아섰지만 뒷모습은 누구보다 품격 있었다. 진종오는 22살 어린 파트너 추가은의 등번호판에 “가은아, 이제는 승리할 날들만 남았다”고 응원 메시지를 남기며 살뜰하게 챙겼다. 그는 “(오늘 결과에) 본인이 제일 속상할 것이다. 추가은을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대훈 역시 승자인 자오슈와이(중국)의 등을 두드리며 축하해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돌아서서 고개를 떨구긴 했지만 상대 선수와 경기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이기에 어느 누구도 메달을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베테랑의 메달 획득은 어느새 당연한 일처럼 됐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예상 성적에는 이들의 이름이 어김없이 올라갔다.

이들을 쓸쓸히 돌려보내기엔 그간 이룬 성과가 너무나 크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대회 50m 권총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10m 공기권총 은메달, 50m 권총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10m 공기권총, 50m 권총 2관왕에 오르며 세계 정상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도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이 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이대훈은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11년간 세계 정상을 지켰다. 2012년 런던 대회 58㎏급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 68㎏급 동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에서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건 한국 태권도 선수는 이대훈뿐이다.

도쿄올림픽에서의 여정은 끝났지만 스포츠맨으로서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이대훈은 이제 지도자로서 새로운 길을 걸어갈 계획이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잘했을 때의 이대훈,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진종오는 다시 한번 올림픽 무대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아직까지 솔직히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과 똑같다”며 “(주변에서) 자꾸 은퇴하라고 하는데 정정당당히 선발전을 거쳐 올라왔다. 예쁘게 봐달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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