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이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이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이 금메달, 대만이 은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대만 네티즌들이 한국에 감동을 표했다. 한국 트위터 트렌드(실시간 사용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 순위)에 '대만 선수들'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한국 대표팀 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은 지난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대만을 6-0(59-55, 60-58, 56-55)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대만 선수들'이 올랐다. 한국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한국 선수들뿐만 아니라 대만 선수들까지 함께 축하한 것이다.

이를 본 한 대만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화면을 캡처해 올리며 "한국에서 '대만 선수들'이 실시간 트렌드다"며 "모두가 우리를 대만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언제쯤 스스로 대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한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대만 선수들'이 오른 사실에 감동하고 있는 대만 네티즌 /사진=트위터
한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대만 선수들'이 오른 사실에 감동하고 있는 대만 네티즌 /사진=트위터
해당 트윗은 6800회 이상 리트윗됐으며, 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만이라고 불러줘서 고맙다'며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도쿄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참가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우는 탓에 1981년부터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대만 국회인 중화민국이나 타이완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국기도 사용할 수 없으며, 국가도 제창할 수 없다.

대만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차이니스 타이베이'를 쓰지만, 대만 국민 대다수는 이를 굴욕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국제 대회에 '타이완'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반면 중국은 1949년 국공내전이 끝난 이후 대만 섬을 통치한 적이 없지만 꼭 되찾아야 할 '미수복 영토'로 간주해 '타이완'이나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대만 선수단 입장시 '타이완'이라고 언급해 중국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장내에서 영어로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고, NHK의 방송 화면에서도 같은 이름의 영어 자막이 달렸으나 앵커가 일본어로 중계하면서 '타이완'이라고 불렀다.

이에 중국 환구시보는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며 "올림픽은 성스러운 무대로 모든 더러운 속임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