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재일교포 안창림, 일본에선 각종 차별, 한국에선 이방인 취급

[올림픽] '일본인이었던 적 한 번도 없었다'…조국에 메달 안긴 안창림

특별취재단 =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취급받습니다.

"
재일교포 3세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에서 동메달을 따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메달 획득으로 얻은 국내 취재진과 자리에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境界人)으로서의 애환을 겪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부터 꺼낸 것이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다른 재일교포들처럼 비슷한 아픔을 안고 자랐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안창림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일본에서 나왔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귀화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일본인이었던 적이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병역 의무도 지고 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대체 복무를 하게 됐다.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은 대가는 작지 않았다.

안창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차별을 당했다.

일본에서 '국기(國技)'격의 위상을 갖는 유도에 입문한 뒤에는 더 그랬다.

안창림은 쓰쿠바대학교 2학년이었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혔는데, 당시 대학교 유도부 은사는 일본으로 귀화를 권유했다.

그러나 안창림은 끝내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다.

2014년 아예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올림픽] '일본인이었던 적 한 번도 없었다'…조국에 메달 안긴 안창림

안창림은 일본 유도계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혔다.

가슴에 태극기를 단 이후부터는 유독 일본의 견제가 심해졌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져도 좋지만, 안창림만은 꼭 꺾어야 한다"는 말이 일본 대표팀 내에 돌았다고 한다.

일본 선수들은 안창림을 만나면 더 독하게 경기를 펼쳤다.

남자 73㎏급 세계 최강자인 오노 쇼헤이도 그랬다.

안창림은 오노에게만 6차례 맞대결에서 6번 모두 패했다.

오노의 주특기인 하체 기술에 번번이 당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정규시간 4분, 연장전 7분 9초를 합해 무려 11분 9초 동안 '혈투'를 펼쳤는데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배를 기록했다.

당시 안창림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안창림의 금메달을 예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노의 기세가 독보적인데다, 대회 개최국인 일본이 호락호락하게 안창림에게 금메달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짙었다.

[올림픽] '일본인이었던 적 한 번도 없었다'…조국에 메달 안긴 안창림

이런 가운데 안창림은 일본 유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투혼을 펼쳤다.

1라운드부터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아쉬운 반칙 판정에 결승 진출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정규시간 7초를 남기고 특기인 업어치기를 성공해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나고 자란 일본 땅에서 조국 대한민국에 메달을 바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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