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양궁팀에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오진혁·김우진·김제덕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대만과 맞붙어 3세트 만에 6대 0 승리를 거뒀다.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궁 여자단체전에 이은 남자단체전 금메달 획득을 축하한다. 남자단체전 금메달은 지난 리우올림픽에 이은 2연패여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세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면서 "오진혁 선수는 양궁대표팀의 '맏형'이라는 부담감과 어깨 통증을 이겨내고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또 "'양궁 하면 떠오르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김우진 선수의 소망은 이뤄질 것"이라면서 "첫 출전 올림픽 무대에서 혼성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2관왕이 된 김제덕 선수가 너무 대견하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대회가 1년 연기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선수들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준 코치진에도 감사드린다"면서 "개인전에서도 멋진 도전을 이어가길 바라며, 국민들과 함께 힘찬 응원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 3세트.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오진혁(40·사진)이 나섰다. “10, 9, 8….” 카운트다운이 흐르는 가운데 오진혁이 활을 과녁으로 쏘며 조용히 말했다. “끝.”그의 말처럼, 그 한 발을 끝으로 결승전은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남자 양궁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기며 올림픽 단체전 2연패의 대업을 달성한 순간이다.오진혁은 이번 단체전에서 ‘캡틴’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김우진(29)과 김제덕(17)이 9점을 쏘고 실망할 때도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다. 믿고 기댈 수 있는 ‘형님’ 그 자체였다.그가 걸어온 길은 평탄치 않았다.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그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깊은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장영술 현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당시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현대제철로 오진혁을 불러들여 지원했다.오진혁은 다시 날아올랐다. 2009년 태극마크를 되찾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하지만 어깨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7년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졌다. 그의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진 상태다.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의사에게 은퇴 권유를 받을 정도로 심각했지만 오진혁은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그는 “통증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활을 계속 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단체전을 통틀어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최대 23살 차에도 '원팀' 돋보여…'2관왕' 김제덕 "메달 생각말자 되뇌었다"특별취재단 = "제덕이가 제안할 줄 알았는데…. 안 하길래 조촐하게 손만 들었습니다."(김우진)'삼촌뻘' 형들 영향이었을까.'손 하트'를 날린 여자 양궁 대표팀과 달리 금메달 시상대에서 두 손만 번쩍 든 '얌전한' 세리머니에 '둘째 형'은 다소 아쉬운 듯했다.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집중적으로 받은 질문은 단연 '세대 차 극복 비결'이었다.김제덕은 맏형 오진혁과 23살, 김우진과는 12살 차이가 난다.오진혁은 "저는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동생들과 생활할 시간이 더 많았다"며 "저도 스스럼없이 대하는 부분이 많고, 최대한 편하게 서로 지내야 지금 같은 경기에서도 눈치를 안 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발휘할 수 있는 거라 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다만 "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진 잘 모르겠다"고 머쓱해했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답한 김우진은 "진혁이 형도 젊게 사시고 잘 어울리고, 제덕이도 저희와 불편하게 지내지 않고 잘 지냈기 때문에 팀이 잘 유지됐던 거 같다"고 비결을 꼽았다.전날 '친한 절친과 싸우는 꿈을 꿨다'던 김제덕은 경기에 대해선 '10대답지 않은' 멘털을 자랑했다.김제덕은 "형들이 '오늘 하루만 더 미치자'고 계속 말해줬다"며 "욕심을 부리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몸에 힘이 들어가서 원하는 슈팅이 안 나온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형들과 대화하며 파이팅하면서 즐겼다"고 설명했다.'두 형님'들은 막내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김우진은 4강 한일전 슛오프 상황에서 김제덕이 10점을 정확히 내리꽂은 데 대해 "엑스텐(과녁 정중앙)에 가까운 걸 쏴주면서 분위기가 확 반전됐다"며 "제덕이가 만들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오진혁도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김제덕 선수가 영웅이 맞다"며 "힘든 상황마다 10점을 쏴주면서 분위기 계속 끌고 가 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정말 고마운 동료, 고마운 동생"이라고 치켜세웠다.'맏형'은 이제 막 양궁 인생을 시작한 김제덕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오진혁은 "첫 올림픽에서 2관왕을 이뤘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경기가 남아 있고 그다음 올림픽이 남아있다"며 "목표가 이뤄졌다고 해서 자신의 양궁 인생이 다 이뤄진 게 아니다.다음 올림픽에서도 2, 3관왕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