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 3세트.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오진혁(40·사진)이 나섰다. “10, 9, 8….” 카운트다운이 흐르는 가운데 오진혁이 활을 과녁으로 쏘며 조용히 말했다. “끝.”

그의 말처럼, 그 한 발을 끝으로 결승전은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남자 양궁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기며 올림픽 단체전 2연패의 대업을 달성한 순간이다.

오진혁은 이번 단체전에서 ‘캡틴’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김우진(29)과 김제덕(17)이 9점을 쏘고 실망할 때도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다. 믿고 기댈 수 있는 ‘형님’ 그 자체였다.

그가 걸어온 길은 평탄치 않았다.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그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깊은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장영술 현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당시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현대제철로 오진혁을 불러들여 지원했다.

오진혁은 다시 날아올랐다. 2009년 태극마크를 되찾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7년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졌다. 그의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진 상태다.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의사에게 은퇴 권유를 받을 정도로 심각했지만 오진혁은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그는 “통증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활을 계속 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단체전을 통틀어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