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았던 선수 인생…지금은 명궁이자 남자대표팀 '캡틴'
런던 대회 개인전 우승하고도 단체전 금메달 놓쳤던 한 풀어
[올림픽] 마흔살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9년 만에 '금빛 환호'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캡틴' 오진혁(40·현대제철)의 선수 인생은 누구보다 굴곡졌다.

쾌활하고 낙천적이며, 농담도 잘하는 오진혁은 후배들이 편하게 기대는 '형님'이다.

차분한데다 강단도 있어 소속팀과 지도자들로부터 신뢰도 받는다.

극심했던 슬럼프와 부상의 고통이 오진혁을 성숙한 리더로 만들었다.

오진혁은 혜성처럼 나타났다.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4강 탈락했다.

이어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쓴맛을 봤다.

[올림픽] 마흔살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9년 만에 '금빛 환호'
두 번의 거듭된 실패에 10대 오진혁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태극마크를 놓쳤다는 상실감에 술 마시는 날이 늘어났다.

상무에서 제대한 뒤 오진혁을 데려가는 실업팀은 없었다.

폐인처럼 지내던 그를 품은 건 장영술 현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이다.

장 부회장은 당시 감독을 맡던 현대제철로 오진혁을 불러들여 정상급 궁사로 재조련했다.

추락의 고통을 제대로 맛본 오진혁의 재도약은 드높았다.

2009년 태극마크를 되찾더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올림픽] 마흔살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9년 만에 '금빛 환호'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양궁의 역사적인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오진혁에게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은 '어깨 부상'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7년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이 찾아왔다.

2011년부터 느껴졌던 미세한 통증이 결국 큰 부상으로 번졌다.

의사로부터 은퇴 권유까지 받았지만,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 한 번 더 서고 싶었던 오진혁은 진통제 투혼으로 버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쿄올림픽이 미뤄지면서 고통의 시간도 1년 더 연장됐다.

현재 오진혁의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졌다.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오진혁은 근육 유연성을 늘려주는 주사를 어깨에 맞아야 대회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오진혁은 이 주사를 맞았다.

[올림픽] 마흔살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9년 만에 '금빛 환호'
현대제철 한승훈 감독은 "오진혁이 3~4년 전 연년생 아이를 봤다"면서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과 활쏘기를 향한 놓을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을 견디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오진혁이 어깨가 부서지도록 훈련한 것은 못 이룬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향한 미련 때문이었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어오던 금맥이 당시 12년 만에 끊겼다.

당시 혼자 금메달의 영광을 누린 미안함이 오진혁의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26일 김우진(청주시청)과 김제덕(경북일고), 두 든든한 동생들과 함께 나선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9년 놓쳤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진혁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