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선수 생활,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다…향후 지도자 준비할 것"
[올림픽] "이제 선수 생활 끝냅니다"…플뢰레 간판 전희숙의 은퇴 선언
특별취재단 = "이제 펜싱 선수 안 하려고요.

"
2020 도쿄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나온 전희숙(37·서울특별시청)이 꺼낸 말이었다.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나 데리글라조바(ROC)에게 져 탈락한 뒤 연합뉴스와 만난 전희숙은 이 경기로 선수 생활을 끝낸다고 밝혔다.

'올림픽 도전이 마지막'이라거나, '국가대표 은퇴'가 아니라 아예 선수 생활 자체를 더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나이가 있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나섰다고는 했지만, 이번 대회 한국 여자 플뢰레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할 정도로 국내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터라 완전한 은퇴 선언은 뜻밖이었다.

전희숙은 펜싱복 한쪽을 만지작거리며 "이 옷도 이제 더는 안 입을 것 같네요.

마지막이네"라며 '끝'을 분명히 했다.

[올림픽] "이제 선수 생활 끝냅니다"…플뢰레 간판 전희숙의 은퇴 선언
올림픽에서 '은퇴 경기'를 한 셈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한 전희숙은 이미 은퇴한 남현희와 쌍벽을 이루며 한국 여자 플뢰레를 이끈 기둥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아시안게임에선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표 주자로 거듭났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국 여자 플뢰레 선수 중 세계랭킹(11위)이 가장 높아 우리나라에 한 장 주어진 개인전 출전권을 따냈다.

생애 세 번째 올림픽에서 첫 개인전 메달을 노렸으나 마지막 도전은 다소 아쉽게 막을 내렸다.

8강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데리글라조바를 만나 7-15로 패해 메달을 타진할 수 있는 4강에 진입하지 못했다.

[올림픽] "이제 선수 생활 끝냅니다"…플뢰레 간판 전희숙의 은퇴 선언
앞서 데리글라조바와 네 차례 맞붙어 10년 전 월드컵 때 한 번을 빼곤 모두 졌던 전희숙은 "마지막으로 저 선수를 이기고 싶었는데, 워낙 잘하고 뛰어난 선수라 제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차이가 난 것 같아 아쉽다"고 자평했다.

그래도 그는 현재까지의 인생에서 3분의 2를 차지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서는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즐거웠다.

대표팀에 있을 때도 좋았고, 경기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눈물 섞인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부모님이 가장 생각나고, 올림픽을 준비하며 아픈데도 훈련 파트너가 되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은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고맙다"고 소회를 밝힌 전희숙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당분간은 좀 쉬고 싶다.

운동만 해 왔기에 못 해본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펜싱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도자 쪽으로 준비할 계획이라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쉬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인생 2막'을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