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서 세계 1위에 덜미 잡혀 탈락…"상심 크지만, 제 실력만큼 보여줬다"
[올림픽] '2연패 불발' 박상영 "어깨 무거웠던 5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특별취재단 =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
올림픽 개인전 2연패 도전을 8강에서 멈춘 한국 펜싱 남자 에페의 간판 박상영(울산광역시청)은 상심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실력만큼 보여줬다"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박상영은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8강에서 게르게이 시클로시(헝가리)에게 패한 뒤 취재진을 만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보다 더 열심히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상심이 크다"고 곱씹었다.

이날 박상영은 제이컵 호일(미국)과의 32강전 15-10, 미노베 가즈야스(일본)와의 16강전 15-6 승리로 2연패를 향해 순항했으나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시클로시와의 8강전에서 접전을 이겨내지 못해 12-15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2연패 불발' 박상영 "어깨 무거웠던 5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믿기 어려운 결승전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그였지만, 도쿄에서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슬럼프, 부상 등 굴곡을 극복하고 돌아온 무대인 만큼 아쉬움은 짙었다.

박상영은 "시클로시는 세계적인 선수다.

원래 비슷하게 붙어왔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공격적으로 나오기에 저도 수비에 신경 쓰며 초반엔 잘 풀렸지만, 접전에서 돌아 들어가는 동작에 연이어 당한 게 패배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도쿄로 오는 길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서는 "리우 올림픽 이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어깨가 무겁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을 하니 마니 할 때도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감이 크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올림픽] '2연패 불발' 박상영 "어깨 무거웠던 5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현재의 1인자를 넘어서진 못했으나 5년 간 준비해 이번 대회에서 박상영이 보여준 기량은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지금은 세계랭킹 10위로 자신보다 두 계단 낮지만 전 세계 1위인 미노베와의 16강전에 특유의 기습적인 공격을 유감없이 꽂아 넣으며 완승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박상영은 "컨디션은 좋다.

펜싱은 컨디션만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오늘 다시금 느꼈다"며 "사람인지라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다친 곳들이 좀 있는데, 치료받고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겠다"며 30일 단체전을 기약했다.

그는 "저,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있는 그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