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로 원칙 고수
과거 성적 연연 않고 성적으로 고교생 선발
금메달 이끌어내며 '원칙의 힘' 재확인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대 궁사' 김제덕(17)은 '맏형' 오진혁(40)과 '에이스' 김우진(29)을 따돌리고 2020 도쿄올림픽 혼성 경기에 출전했다. 김제덕이 지난 23일 열린 대회 남자 양궁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에서 680점을 쏴 전체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현재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선수를 대표로 내세운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혼성 대표 내부 선발전'을 대회 기간 열리는 랭킹라운드로 삼았다.

국제대회 혼성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고등학생 김제덕은 그렇게 2012 런던대회 금메달리스트 오진혁, 2016 리우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우진 대신 24일 혼성전에 나섰고 포디움 정상에 섰다. 같은 이유로 여자 대표팀 막내 안산(20)도 언니들 대신 혼성 대표로 나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철저한 '원칙 주의'는 한국 양궁이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하게 한 원동력이다. 과거 성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은 해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해야한다. 잔인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지만 한국 양궁은 잡음 없이 굴러간다.

김제덕의 경우 지난해 선발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낙마했던 선수다. 양궁협회는지난해 선발된 선수들에게 그해 국가대표 자격만 부여했다.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올해 초 새로 뽑았다. 지난해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협회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밀고 나갔다.

예외 대신 원칙을 택한 협회의 뚝심은 결국 김제덕·안산이라는 '무서운 막내들'을 탄생시켰다.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남은 기간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전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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