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베테랑도 피하지 못한 중압감…첫판 탈락한 펜싱 메달 후보들(종합)
여자 에페 세계랭킹 2위 최인정(31·계룡시청)은 24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인전 32강에서 아이자나트 무르타자에바(ROC)에게 패한 뒤 연합뉴스와 만나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 1번 시드를 받고 64강을 건너뛴 뒤 32강전으로 대회를 시작한 최인정은 무르타자에바에게 11-15로 져 탈락했다.
올해 3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할 정도로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도 좋았는데, 세계랭킹 200위 밖의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그에게도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컸다.
초반부터 덤벼든 무르타자에바에게 고전을 거듭했고, 좀처럼 리드를 가져오지 못한 가운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최인정은 "긴장하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피스트 위에 올라가니 세 번째든 첫 번째든 똑같더라. 긍정적인 생각이 더 크게 들어야 하는데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저의 취약한 부분에 대비를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준비 기간이 긴 만큼 준비가 잘 돼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그만큼 단체전에서 다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사토 노조미에게 패한 강영미도 예상 밖의 패배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세계랭킹 8위인 강영미(36·광주광역시 서구청)도 32강전부터 나섰지만, 세계랭킹 42위 사토에게 14-15로 지고 말았다.
강영미는 "평소엔 긴장하다가도 피스트에 서면 하지 않는 편인데, 긴장감이 컸다.
은연중에 올림픽이라는 걸 의식했나 보다"고 곱씹었다.
그는 "초반에 점수가 벌어진 뒤 흐름을 잡지 못했다.
상대가 저에게 밀리다가 공격하면 받아치겠다고 구상했는데, 몰아붙이지 못해 중간에 점수를 잃었다"며 "격차가 좁아졌을 때 섣부르게 공격한 게 패인이었다"고 자평했다.
강영미 역시 "단체전에 더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의 일이 저에게 더 나아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멤버이자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빛나는 세계랭킹 9위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도 하위 랭커에게 덜미를 잡혔다.
세계랭킹 27위인 마튀아스 스차보(독일)에게 8-15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구본길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였는데, 초반에 너무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뭘 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상대가 제 타이밍을 잘 파악하고 왔더라"며 허탈해했다.
그는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의식하지 않고 보통의 경기라는 생각으로 뛰려고 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압도하는 게 있더라. 관중에 없는데도 서는 것 자체가 긴장됐다"며 "올림픽은 올림픽인가보다"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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