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 無, 구겨진 '골판지 침대'…조롱거리 된 日 선수촌 [영상]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열악한 환경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 선수들은 SNS에 잇따라 인증샷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21일 러시아 펜싱 대표팀 감독이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형편없는 상태를 지적하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은 좁은 크기에 TV와 냉장고가 없고, 4~5명이 생활하는 객실에 화장실이 1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가 마메도프 러시아 펜싱대표팀 감독은 "21세기 일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놀랐다. 선수들이 딱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시모토 위원장과 무토 도시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고 "처음 들었다. 선수촌은 모든 선수에게 편안한 장소여야 하니 조속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도쿄올림픽 선수촌은 '골판지 침대', 낮은 욕실 층고 등으로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먼저 재활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골판지 침대'가 논란이 됐다. 이 침대는 약 2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지만 선수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미국 육상 국가대표인 폴 첼리모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뉴질랜드 대표팀이 선수촌 내 '골판지 침대'가 찌그러지는 모습을 찍어 공개했다. /영상=SNS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뉴질랜드 대표팀이 선수촌 내 '골판지 침대'가 찌그러지는 모습을 찍어 공개했다. /영상=SNS
뉴질랜드 조정 대표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가 힘 없이 찌그러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마이클 브레이크 선수는 "숙소에 대해 보여주겠다"며 숀 커그람 선수를 비췄다. 이어 커그람 선수는 침대에 털썩 앉았고, 이내 골판지 프레임은 종이상자처럼 구겨졌다.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욕실의 낮은 천장도 불편함을 유발했다. 러시아 남자배구 대표팀의 야로슬라프 포들레스니흐 선수는 자신의 SNS에 도쿄올림픽 위치 태그와 함께 욕실 천장에 머리 끝이 닿은 사진을 게재했다. 아르템 볼비치 선수도 욕실의 낮은 층고로 인해 고개가 꺾인 모습을 공개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욕실의 낮은 층고를 인증하고 있는 선수들 /사진=SNS
도쿄올림픽 선수촌 욕실의 낮은 층고를 인증하고 있는 선수들 /사진=SNS
이 밖에 에어컨 리모컨이 일본어로만 적혀 있어 외국인 선수들이 조작하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왔다.
TV·냉장고 無, 구겨진 '골판지 침대'…조롱거리 된 日 선수촌 [영상]
그 가운데 일본의 탁구와 유도, 레슬링 등 메달 유망 종목 선수들은 선수촌이 아닌 외부의 숙박 시설을 이용해 특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여자 체조대표팀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도쿄올림픽 선수촌을 나와 호텔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또 미국 대표팀은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제공되는 선수촌 음식 대신 자국에서 공수한 음식을 먹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별도의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도쿄 하루미의 올림픽 선수촌 인근 호텔에 한국 선수단 급식지원센터를 차려 한식 도시락을 공급 중이다.

이에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 회장은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