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서 인종차별 항의 세레머니…올림픽 공식 SNS에는 한장도 안 실려
[올림픽] 말따로, 행동따로?…"IOC·조직위 '무릎꿇기' 사진게재 금지"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영미권 여자축구 선수들이 킥오프 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무릎 꿇기' 세레머니를 선보인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조직위 측이 관련 사진 게재를 금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셜미디어 담당 부서에 영국 여자축구팀의 첫 경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진 게재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경기 직전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50만명 이상의 팔로워가 있는 도쿄올림픽 2020 블로그,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사이트 등을 비롯해 어떤 IOC 공식 SNS상에서도 관련 사진이 한 장도 게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IOC측이 관련 질의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대변인이 "그러한 표현은 많은 시청자가 보는 전 세계 모든 방송사에 배포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영국-칠레의 경기(영국 2-0 승)에서 영국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서로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제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어 함께 상대팀인 칠레 선수들도 동참했다.

1시간 뒤 도쿄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스웨덴-미국의 여자축구 G조 1차전(스웨덴 3-0 승)에 앞서서도 양 팀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릎 꿇기는 스포츠계에서는 주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는 행동이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시작됐다.

작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올림픽에선 과거 이런 행위가 '정치적 메시지 전파'로 여겨져 징계 대상이었다.

그러나 IOC는 최근 경기 시작 전, 선수 또는 팀 소개 시간에 몸동작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전날 IOC 총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자축구 경기에서 나온 세레머니 관련 질의를 받고 "허용되는 행위"라며 "올림픽 헌장 50조(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을 금지)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