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매니저라고 착각할 만큼 헌신적이었던 아버지…영전에 메달 바칠게요"
[올림픽] 펜싱 맏언니 전희숙 "돌아가신 아빠가 꿈에 나왔어요"
특별취재단 = 펜싱 여자 플뢰레 대표팀 '맏언니' 전희숙(37)은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전기기술자였던 아버지는 전희숙의 경기라면 팔도강산을 함께 다니며 헌신했다.

전희숙은 "주변에선 매니저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딸아이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2008년 6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간암 등 합병증을 앓고 있었는데, 전희숙이 베이징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간발의 차이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한 끝에 세상과 작별했다.

전희숙은 아버지 목에 올림픽 메달을 걸어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후 전희숙은 큰 대회를 앞둘 때마다 아버지 묘소를 찾아 큰절을 올린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지난 올해에도 그랬다.

전희숙은 21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도쿄올림픽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아버지 묘소가 진천선수촌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다"며 "출국을 앞두고 아버지 묘소를 찾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전희숙은 '아빠 꿈'을 꿨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밝은 표정으로 꿈에 나타나 전희숙을 격려했다.

전희숙은 "아버지가 딱 한 마디를 하시더라"며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메달을 꼭 따라는 말씀이셨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꿈에 나오면 항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는데, 이번 대회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희숙에게 도쿄올림픽은 특별하다.

이번 대회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라 이번 올림픽이 내겐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빠를 만난 전희숙은 이제 메달을 향해 힘차게 칼을 휘두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