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당신들은 잉글랜드 팬 아냐"
인종차별 당한 래시퍼드 "내가 누군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인종차별 피해를 본 마커스 래시퍼드(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팬들의 도를 넘은 행위에 꿋꿋하게 맞섰다.

래시퍼드는 13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을 통해 "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라면 온종일 들을 수 있다.

페널티킥을 잘 차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에서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유로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잉글랜드는 우승을 간절히 바랐으나, 안방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승부차기에서 3번째 키커인 래시퍼드가 실축한 뒤 4번째 키커 제이든 산초의 슛은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고, 마지막 키커 부카요 사카의 슈팅마저 막혀 승부가 갈렸다.

이후 래시퍼드와 산초, 사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다.

경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축구 팬들이 이들 세 명이 모두 흑인이라는 점을 놓고 차별적인 발언과 욕설 등을 쏟아냈다.

인종차별 당한 래시퍼드 "내가 누군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
그러자 래시퍼드는 "팀원들을, 모두를 실망하게 한 기분이다.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뿐이다"라고 심경을 밝히면서도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수만 관중들 사이에서 가족이 나를 응원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자랑스러운 순간은 없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이들에게는 모두 고맙다.

나와 우리 팀은 더 강해져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승부차기 실축 후 래시퍼드의 고향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위딩턴에 그려진 그의 벽화가 훼손되기도 했으나, 팬들은 이를 다시 응원이 담긴 메시지로 뒤덮었다.

선수들이 부당한 모욕을 당하자 유럽축구연맹(UEFA)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 등은 곧장 팬들의 선을 넘은 행위를 규탄했다.

UEFA는 트위터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행해진 일부 잉글랜드 선수들을 향한 역겨운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

축구계에서도, 사회에서도 인종차별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피해 선수들을 지지했다.

FA는 "최선을 다해 피해 선수들을 지지할 것이며, 책임자가 최대한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잉글랜드 총리까지 나서 "잉글랜드 팀은 인종 차별을 당할 게 아니라 영웅으로 칭송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인종차별을 가한 이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 다시 바위 밑으로 기어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도 조사에 나섰으며, 잉글랜드 리그2(4부리그) 팀인 레이턴 오리엔트는 한 팬이 인종차별 행위를 한 것을 확인하고 해당 팬에 영구 출입 금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인종차별 당한 래시퍼드 "내가 누군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인 해리 케인(토트넘) 역시 참지 않았다.

케인은 SNS를 통해 "그들은 인종차별이 아닌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동료들을 두둔하고는 "소셜 미디어에서 누군가를 모욕한다면 당신들은 잉글랜드 팬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