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선수권 여자 경륜 은메달로 세계랭킹 1위 오르기도
도쿄올림픽서 한국 사이클 역대 첫 올림픽 메달 기대
[도쿄 유망주] (20) 이혜진
한국 사이클 간판 이혜진(29·부산지방공단스포원)은 늘 '최초'의 길을 걸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한국 사이클 역대 최초 올림픽 메달을 바라본다.

2010년 이혜진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주니어 트랙사이클 선수권대회 500m 독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이클 최초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이어 같은 대회 여자 스프린트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혜진은 트랙 사이클 단거리의 특급 유망주로 부상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한국 사이클에 첫 메달을 안길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대한자전거연맹(당시 대한사이클연맹)은 이혜진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스위스에 있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사이클센터(WCC) 훈련센터로 보냈다.

WCC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혜진은 척박한 한국 사이클의 미래를 짊어질 외로운 에이스의 길을 걸었다.

[도쿄 유망주] (20) 이혜진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는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이혜진은 여자 스프린트 예선 14위, 단체 스프린트 예선 9위, 경륜 1라운드 탈락 등으로 올림픽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혜진은 한층 발전한 기량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전했다.

당시 이혜진은 여자 경륜 세계랭킹 4위를 달리고 있었다.

특히 그가 출전하는 경륜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어서 운까지 따라준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혜진은 리우에서 오히려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1라운드는 가볍게 통과했지만, 2라운드에서 앞서 달리던 콜롬비아 선수 마르사 바요나 피네타가 넘어질 때 이혜진에게 영향을 줬다.

이혜진은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전거가 휘청이는 바람에 리듬이 끊겼다.

결국 이혜진은 선행 주자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혜진은 최종 8위로 리우 올림픽을 마쳤다.

[도쿄 유망주] (20) 이혜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이혜진은 불운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에 유행하면서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진 것이다.

만약 올림픽이 예정대로 2020년 열렸더라면 이혜진의 메달 가능성은 100%에 가까웠을 터였다.

이혜진의 기량은 2019-2020시즌 만개해 절정을 달렸다.

이혜진은 2019년 11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트랙 월드컵에서 여자 경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월에는 홍콩에서 열린 트랙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이클 최초 여자 경륜 금메달 쾌거다.

일주일 후 뉴질랜드에서 열린 트랙 월드컵에서도 금메달을 따며 2주 연속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0년 3월, 이혜진은 또 한 번 한국 사이클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독일에서 열린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 여자 경륜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시니어 사이클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다.

10년 전 주니어 시절 세계선수권 포디엄 정상에 밟았던 이혜진인 다시 시니어 세계선수권 포디엄에 오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혜진은 여자 경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도쿄 유망주] (20) 이혜진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이혜진은 올림픽 연기로 1년을 더 기다리는 동안 국제 대회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훈련했다.

세계랭킹은 1위에서 4위로 내려왔지만, 쉽게 쓰러지는 이혜진이 아니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혜진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도쿄올림픽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혜진은 "올림픽을 못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수긍하고 나니 '잠시 쉬어가는구나.

좀 더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요"라며 훌훌 털어냈다.

그는 "전 제 것만 하고, 올림픽에 갈 수 있게끔 준비만 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도쿄 유망주] (20) 이혜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