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자 집중 배치한 샌프란시스코 타선 상대로 몸쪽 슬라이더 집중 공략
평소보다 늘어난 체인지업은 도우미 역할 톡톡
'7이닝 무실점' 김광현, 3루 땅볼만 무려 6개…'부활'의 증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선발 투수 김광현(33)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특기할 만한 모습을 보였다.

5회부터 7회까지 아웃카운트 9개를 모두 범타로 끌어냈는데, 이 중 6개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5회 선두 타자 제일린 데이비스와 후속 타자 커트 카살리, 6회 선두 타자 오스틴 슬레이터와 후속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 7회 무사 1루에서 5번 타자 도노반 솔라노와 7번 타자 제일린 데이비스를 모조리 3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세인트루이스 3루수 놀런 에러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타구는 왜 자꾸 3루수에게 흘러간 것일까.

김광현이 공에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7이닝 무실점' 김광현, 3루 땅볼만 무려 6개…'부활'의 증거
◇ 계속된 3루 땅볼…비밀은 슬라이더
김광현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손꼽힐 만큼 위력적이다.

구속은 시속 130㎞대로 빠르지 않지만, 움직임(무브먼트)이 일품이다.

우타자 기준 몸쪽 낮은 곳으로 날카롭게 휘어 들어간다.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더욱 위력적인 것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바깥쪽 낮은 곳으로 휘어나가기 때문에 헛스윙을 유도한다.

반대로 우타자를 상대로는 몸쪽 낮은 곳으로 떨어져서 땅볼을 끌어낸다.

상대 팀이 좌타자를 많이 배치하면 삼진, 우타자를 많이 내세우면 범타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현이 건강한 몸, 좋은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때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이날 세인트루이스는 9명의 타자 중 브랜던 크로퍼드, 투수 케빈 가우스먼을 제외한 7명을 우타자로 배치했다.

김광현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우타자들의 몸쪽을 노렸고, 범타를 끌어냈다.

일명 '먹힌 타구'가 많이 나오면서 타구는 3루쪽으로 집중됐다.

이날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38개 던졌다.

직구(33개)보다 더 많이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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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미 역할 한 체인지업, 슬라이더 위력 극대화
체인지업은 김광현의 4번째 구종이다.

보통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활용하고 체인지업은 '보여주는 공'으로 쓴다.

구속이 빠르지 않고 날카롭지 않기 때문에 많이 던지지 않는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김광현의 체인지업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직구(42.8%), 슬라이더(34.5%), 커브(11.9%)보다 적게 던졌다.

공 10개를 던질 때 1개를 섞을 정도다.

그런데 이날은 패턴을 바꿨다.

투구 수 89개 중 15개(17%)가 체인지업이었다.

슬라이더(43%), 직구(37%)에 이어 세 번째 구종으로 활용했는데, 특히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체인지업의 비중이 늘어났다.

체인지업은 구속이 느리지만 슬라이더의 궤도와 비슷해서 상대 타자들이 번번이 속았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에만 대비했던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체인지업에 계속 배트를 헛돌렸다.

체인지업의 비중이 커지자 슬라이더의 위력도 배가 됐다.

상대 타자들은 무슨 공이 들어올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타구는 모두 땅볼이 됐다.

김광현은 5회부터 7회까지 유도한 6개의 3루 땅볼 중 2개를 체인지업으로 만들었다.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 속에는 체인지업을 비밀병기로 빼든 세인트루이스 주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지략도 녹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