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세계랭킹 1위 vs 런던·리우 금메달 대결, 남자 사브르 분수령
오상욱, 올림픽은 처음이지만 체격 조건·상대 전적 우위
[도쿄 라이벌] ⑨ 오상욱 vs 실라지
올림픽 펜싱에서 최근 가장 빛나는 성과를 낸 선수는 아론 실라지(31·헝가리)다.

실라지는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 펜싱 강국 헝가리의 자존심을 세운 대표주자다.

런던, 리우 올림픽 펜싱에서 개인전 정상을 지킨 선수는 실라지가 유일하다.

도쿄에서 올림픽 개인전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에 도전하는 그의 앞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오상욱(25·성남시청)이다.

고교생이던 201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19년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오상욱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실라지의 아성에 도전한다.

[도쿄 라이벌] ⑨ 오상욱 vs 실라지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혜성처럼 등장한 오상욱은 이듬해 12월 헝가리 죄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한국 남자 사브르의 차세대 간판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엔 죄르 월드컵 2연패에 이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대표팀 선배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접전 끝에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고, 단체전에선 우승에 앞장섰다.

2019년엔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까지 휩쓸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이후 그는 2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오상욱은 현재 랭킹상으로는 세계 4위인 실라지와 준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에선 이 대결 결과에 따라 메달 색깔이 결정될 걸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 라이벌] ⑨ 오상욱 vs 실라지
월드컵 개인전 입상 횟수에서는 2008년부터 메달을 수집해 온 실라지가 19회(금7·은7·동5)로 오상욱(금3·은1·동8)에게 앞서지만, 세계랭킹을 비롯해 여러 부문에서 오상욱이 우세하다.

오상욱은 실라지가 한 번도 해낸 적 없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을 이미 달성했고, 펜싱 국제대회 중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권위가 높은 그랑프리 우승 횟수도 오상욱이 4회로 실라지(2회)보다 많다.

192㎝의 장신으로 신체 조건에서도 실라지(180㎝)를 압도하는 오상욱은 맞대결에서도 10전 6승 4패로 앞선다.

최근 대결인 올해 3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선 결승에서 만나 접전 끝에 오상욱이 15-14로 신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김형열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오상욱은 젊고 피지컬이 워낙 좋다.

대범하고 침착한 데다 전술적으로도 매우 노련해졌다.

공격력은 특히 장점"이라며 "실라지와의 대결도 많이 이겨 본 만큼 자신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라이벌] ⑨ 오상욱 vs 실라지
그래도 실라지의 뛰어난 기술과 풍부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러 큰 경기와 시상대를 거쳐 왔지만, 오상욱에게도 올림픽은 처음이다.

김 코치는 "실라지는 막고 찌르는 동작 등 기술이 좋고 올림픽 경험이 풍부해 노하우에선 강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강심장인 오상욱이 긴장감을 이겨내리라 믿는다.

정상을 지켜야 하는 실라지의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욱이 3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 출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한동안 고생한 뒤 회복 중인 것도 올림픽 성적의 관건이다.

김형열 코치는 "오상욱의 컨디션이 80% 정도는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훈련을 하지 못해 근육량이 빠져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면서 "20여 일간 남은 20%를 채우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출전하는 남자 사브르 개인전은 7월 24일 일본 지바현 지바시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