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 여자 100m 사상 가장 화려한 질주 예고
[도쿄 라이벌] ① 프라이스 vs 리처드슨
'트랙의 신'은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5·자메이카)와 샤캐리 리처드슨(21·미국)의 올림픽 맞대결을 단 한 번만 허락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올해 초 "나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고 했다.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 여자 100m에서 우승한 뒤 "내 꿈은 올림피언이었다.

내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은 '위대한 스프린터' 프레이저-프라이스의 마지막 올림픽이자, 세계 육상이 주목하는 '신성' 리처드슨에게는 처음 치르는 메이저대회다.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대결은 이번 대회 육상 종목 최고 빅 이벤트로 꼽힌다.

도쿄올림픽 여자 100m 결선은 7월 31일 오후 9시 50분,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프레이저-프라이스와 리처드슨은 많이 닮았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152㎝, 리처드슨은 155㎝의 단신이지만 폭발적인 힘으로 트랙을 밀어낸다.

출발이 다소 더뎌도, 놀라운 가속으로 경쟁자들을 제친다.

화려한 색으로 머리를 물들이는 같은 취미도 지녔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녹색 머리에, 해바라기 모양의 머리띠를 하는 등 화려한 모습으로 트랙 위를 달렸다.

리처드슨도 대회 때마다 머리색을 바꾼다.

미국 언론은 리처드슨이 대회를 치를 때마다 그의 머리색과 긴 인조 손톱에 관해 질문한다.

[도쿄 라이벌] ① 프라이스 vs 리처드슨
리처드슨은 최근 미국 언론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육상 선수다.

흑인 인권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학창 시절 가족 문제로 치료를 받았던 사연도 담담하게 드러냈다.

리처드슨이 화제를 모은 사연은 더 있다.

그는 미국 대표 선발전 여자 100m에서 우승한 뒤에는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지난주에 받았다"고 털어놓고, 할머니와 진하게 포옹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리그 경기를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왜 다들 내 인터뷰에서 프레이저-프라이스, 디나 어셔-스미스(영국) 얘기만 하는가.

내게 궁금한 게 없는가.

내 이름도 기억하셔야 할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리처드슨을 보며 여자 100m 세계 기록(10초49)을 작성한 '전설'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를 떠올린다.

영국 가디언은 '우사인 볼트 이후 가장 매력적인 육상 선수'로 리처드슨을 지목했다.

상승세는 더 놀랍다.

2019년 10초75로 미국 대학 신기록을 작성한 리처드슨은 2021년 더 속도를 냈다.

그는 4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미라마에서 열린 미라마 인비테이셔널 여자 100m에서 10초72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리처드슨은 단박에 '선수 기준'으로 역대 여자 100m 6위에 올랐다.

5월 11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월넛에서 치른 미국육상연맹 골든게임즈에서는 예선 10초74, 결선 10초77을 기록하며 '하루에 두 번이나 100m를 10초8 미만에 주파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하루에 여자 100m 10초8 미만을 두 차례 이상 기록한 선수는 그리피스 조이너와 프레이저-프라이스, 리처드슨 등 단 3명뿐이다.

리처드슨은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도쿄에서 봅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도쿄 라이벌] ① 프라이스 vs 리처드슨
2021년 여자 100m 최고 기록 보유자는 프레이저-프라이스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리처드슨보다 14살이나 많지만,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주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6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자메이카육상연맹 올림픽 데스티니 시리즈 여자 100m 경기에서 10초63을 찍었다.

여자 100m 세계 기록은 그리피스 조이너가 1988년 7월 17일에 작성한 10초49다.

그리피스 조이너는 그해(1988년) 10초61, 10초62 기록도 만들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카멀리타 지터(10초64)와 매리언 존스(10초65)를 단숨에 넘어서며 '선수 기준'으로 역대 2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이력서도 화려하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에서 여자 1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00m에서 4차례 우승하는 등, 금메달 9개를 수확했다.

2017년 8월 아들 지온을 얻은 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더 주목받는 스프린터가 됐다.

많은 여자 스프린터가 출산 후 은퇴를 택한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도 실력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가 있다.

그러나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100m에서 10초71로 우승하며 편견을 깼다.

당시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임신 소식을 듣고 '이제 나도 선수 생명이 끝나는 걸까'라는 두려움에 펑펑 울었다"라고 털어놓은 뒤 "하지만 나는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고, 출산 후에도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포켓 로켓(pocket rocket)'이라고 불리던 프레이저-프라이스는 2019년부터 자신을 '마미 로켓(Mommy rocket)'이라고 부른다.

'마미 로켓'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올해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100m 3회 우승'의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도쿄 라이벌] ① 프라이스 vs 리처드슨
리처드슨의 목표도 100m 우승이다.

미국 육상이 간절히 바라는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매리언 존스가 10초75로 우승했으나, 존스가 2007년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라고 고백하면서, 시드니 대회 금메달이 박탈됐다.

2008년과 2012년(프레이저-프라이스), 2016년(일레인 톰프슨)에는 자메이카 선수들이 정상에 올랐다.

리처드슨이 등장하면서 미국 육상도 '올림픽 여자 100m 정상 탈환'의 희망을 품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무서운 샛별을 만난다.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리처드슨에게도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높은 벽이다.

하지만 그 덕에 육상 팬들은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역사상 가장 화려한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