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치르고서 첫 등판…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
임찬규의 사부곡…"146㎞ 직구와 커터, 아버지가 주신 선물"
임찬규(29·LG 트윈스)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기억한다.

"쫓기며 살지 말아라.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즐겁게 살 수 있단다.

"
임찬규는 "사실 예전에도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그런데 아버지를 여의고 나니까, 그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임찬규의 아버지는 5월 19일 눈을 감았다.

부친상을 치른 뒤, 임찬규는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다시 공을 잡았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찬규는 7이닝 동안 2안타만 맞고 1실점 했다.

LG는 14-1로 승리했고, 임찬규는 시즌 첫 승(2패)을 거뒀다.

임찬규는 4월 두 차례 선발 등판해 모두 조기 강판했다.

그는 2패 평균자책점 21.21의 초라한 성적을 안고 4월 25일 2군으로 내려갔다.

1군 복귀를 준비하는 동안 부친상을 당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필요했다.

두 달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평균 시속 138㎞에 머물렀던 직구가 최고 시속 147㎞, 평균 시속 142㎞로 빨라졌다.

그리고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던 커터도 위력적으로 휘었다.

이날 임찬규는 직구 46개, 커터 19개, 체인지업 14개, 커브 13개로 7이닝을 채웠다.

직구, 체인지업, 커브로만 승부하던 임찬규가 커터를 추가하자 SSG 타선은 혼란스러워했다.

여기에 직구 구속까지 올라와, SSG 타선을 힘으로 누르기도 했다.

임찬규의 사부곡…"146㎞ 직구와 커터, 아버지가 주신 선물"
경기 귀 만난 임찬규는 "모든 게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며 "아버지를 여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냥 구속이 올라왔다.

그동안 슬라이더성 구종(우투수가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을 장착하려고 애써도 잘되지 않았는데, (슬라이더와 궤적이 같은) 커터 그립을 2군에서 배웠다.

커터도 아버지가 도와주신 덕인지, 제구가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경기 초반에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으면, 던질 공이 많지 않았다.

오늘은 '4피치'(4개 구종)로 던지니, 한결 편안했다"고 덧붙였다.

기술보다, 마음이 더 달라진 듯했다.

임찬규는 "아버지께서 예전에도 '한 번 쫓기기 시작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건 쫓긴다'고 말씀하셨다.

'여유를 가지고 즐기라'는 의미였다"며 "아버지 생전에는 아버지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야 깨닫는다"고 밝혔다.

"오늘 박살이 나더라도, 즐기자"라고 마음먹은 임찬규는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마운드에서 머뭇거리는 모습도 사라졌다.

임찬규가 시원시원하게 투구하니, 야수들도 호수비와 홈런 7개로 화답했다.

임찬규는 "팀 선후배들이 나를 반기는 축포를 쏜 것 같다.

수비에서도 모두 많이 도와줬다"고 팀원들에게 감사 인사도 했다.

물론,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버지다.

임찬규는 "던질 때는 몰랐는데, 아버지의 선물을 받고 승리를 하니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아버지가 원하시는 시속 145㎞ 이상의 직구와 커터로 승리했다.

이렇게 아버지를 여의기 전과 후가 달라진다"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임찬규는 아들을 남기로 하늘로 떠난 아버지가 안심할 수 있게 약속했다.

"이제는 정말 쫓기지 않고, 어떤 자리에서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