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조용호가 '경수 형, 홈런 치는 날' 예고…실제 일어났다"
박경수 "내 홈런에 후배들이 더 좋아해…미안하고, 고맙다"
"제가 인터뷰할 자격이 있을까요.

"
팀 승리를 부르는 '대타 홈런'을 치고도 박경수(37·kt wiz)는 고민을 털어내지 못했다.

인터뷰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이 더 많이 했다.

박경수는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2-1로 앞선 8회말 1사 1루에 대타로 등장해 상대 필승 불펜 박치국의 시속 129㎞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왼쪽 담을 넘겼다.

kt는 박경수의 대타 투런포 덕에 4-1로 승리했다.

박경수는 5월 26일 SSG 랜더스전 이후 25일 만에 시즌 6호 홈런을 쳤다.

시즌 타율이 0.177(130타수 23안타)에 머물 정도로, 박경수는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뒤 만난 박경수는 "오늘 경기에서는 팀 승리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 홈런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지워낼 수는 없다"고 자책했다.

그는 "사실 체인지업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치고 달리기' 작전이 나왔고, 어떻게든 공을 맞혀야 했다"며 "콘택트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큰 걸 노리고 친 홈런이 아니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박경수 "내 홈런에 후배들이 더 좋아해…미안하고, 고맙다"
박경수는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타격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고, 훈련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보고 있다.

그런데 부진이 너무 길어진다"며 "코칭스태프와 팬들께 죄송해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일부 팬에게 '악성 메시지'도 받았다.

박경수는 "후배들은 이런 메시지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도 "내가 올 시즌에 워낙 부진하니, 비판받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박경수를 믿고, 응원한다.

박경수는 "오늘 경기 전에 조용호가 '아, 오늘 경수 형이 꼭 경기에 출전하셔야 한다.

내가 촉이 좋은데, 경수 형이 오늘 홈런 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쓸데없는 얘기하기'라고 외면했는데 내가 정말 홈런을 쳤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데 가장 안쪽에서 조용호가 나를 기다리더라. 진하게 포옹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황재균은 "내가 오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는데, 형이 홈런을 치니 기분 좋다"고 했고, 어린 후배들도 박경수의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박경수는 "후배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감상에 젖었다.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며 "우리 팀에 부상자가 많은데 새 얼굴이 등장해서 잘해주고, 기존 선수들도 새로 들어간 선수를 응원한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팀원들이 참 고맙다"고 밝혔다.

사실 kt 더그아웃에서 박경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긴 슬럼프에 시달리면서도 후배들 앞에서는 밝게 웃었다.

후배들도 박경수의 반등을 확신하고, 응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