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센 에이전트 "위험한 상황 넘겼다"…전문가들 "다시 축구하기 힘들듯"
쓰러진 에릭센, 핀란드전 MOM 선정…UEFA "빠른 회복 기원"(종합)
경기 도중 의식을 잃은 덴마크 축구 대표팀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 밀란)이 핀란드전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뽑혔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에릭센을 최우수선수인 '스타 오브 더 매치'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에릭센은 핀란드전에 선발로 출전했으나 전반 42분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경기는 90여 분간 중단됐다가 재개됐고, 후반 15분 핀란드가 요엘 포흐얀팔로(우니온 베를린)의 헤딩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UEFA는 에릭센을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난 별로 꼽으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도 "축구는 아름다운 게임이며 에릭센은 아름다운 플레이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쓰러진 에릭센, 핀란드전 MOM 선정…UEFA "빠른 회복 기원"(종합)
에릭센이 쓰러진 뒤 1초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은 긴박했다.

선수들과 심판이 급하게 의료진을 호출했다.

덴마크 팀닥터 모르텐 보에센은 "그가 의식을 잃은 건 분명했다.

처음에는 숨을 쉬고 있었고, 맥박도 느낄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달라졌다"며 에릭센의 맥박이 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보았듯 CPR을 해야 했다.

우리는 가까스로 에릭센의 호흡을 되살렸고, 병원으로 이송될 때는 그가 나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의식을 되찾은 에릭센은 현재 팀원들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센의 에이전트인 마틴 슈츠는 덴마크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에서 "(에릭센의) 호흡이 돌아왔고 말도 할 수 있다.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날 맞대결에서는 경기 내용보다 양 팀 선수들의 동료애가 더 돋보였다.

영국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 등에 따르면 에릭센이 쓰러진 직후 덴마크의 주장인 시몬 키예르는 그에게 달려가 혀가 기도를 막지 않도록 조처했고, 동료들에게 에릭센의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둘러쌀 것을 주문했다.

키예르는 이후 매우 놀란 에릭센의 연인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쓰러진 에릭센, 핀란드전 MOM 선정…UEFA "빠른 회복 기원"(종합)
눈물을 흘리며 에릭센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덴마크 선수들은 그가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벗어날 때까지 곁을 지켰다.

관중들도 에릭센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핀란드 응원석에서 '크리스티안'을 외치면, 덴마크 응원석에서 '에릭센'이라고 외쳤다.

이후 핀란드 대표팀은 경기 재개를 위해 덴마크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서자 큰 박수를 보내는 등 상대를 위로했다.

특히 포흐얀팔로는 결승골로 핀란드 역사상 첫 유로 본선 득점을 기록했으나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흐얀팔로는 경기 뒤 "모든 생각이 에릭센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향한다.

모든 게 잘 되길 바란다"고 에릭센을 먼저 떠올렸다.

카스퍼 휼만트 덴마크 대표팀 감독은 "소중한 친구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서로를 챙긴 선수들이 몹시 자랑스럽다.

에릭센과 가족을 위해 모두가 기도하고 있다"며 "에릭센은 최고의 선수이자 훌륭한 사람이다.

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쓰러진 에릭센, 핀란드전 MOM 선정…UEFA "빠른 회복 기원"(종합)
축구계에서는 에릭센과 그의 가족을 향한 응원과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벨기에 대표팀 공격수이자 에릭센의 인터 밀란 동료인 로멜루 루카쿠는 러시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뒤 에릭센을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전반 10분 골을 터트린 뒤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얼굴을 대고 "크리스, 크리스, 사랑해(Chris, Chris, I love you)"라고 외쳤다.

루카쿠는 경기가 끝난 뒤 "내 마음이 에릭센에게 쏠려 있어서 경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서워서 많이 울었다"고 말하며 에릭센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냈다.

2012년 필드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은퇴한 파브리스 무암바는 BBC 스포츠에 "깊숙이 넣어 두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며 "의료진은 놀라운 일을 해냈고, 에릭센을 보호하려는 그의 동료들의 행동도 훌륭했다.

모든 게 괜찮아지고 그가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터 밀란과 에릭센의 전 소속팀인 토트넘(잉글랜드), 안토니오 콘테 전 인터밀란 감독, 이전에 토트넘을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감독은 물론 손흥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많은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쾌유를 빌고 있다.

쓰러진 에릭센, 핀란드전 MOM 선정…UEFA "빠른 회복 기원"(종합)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에릭센의 그라운드 복귀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세인트조지대학교의 스포츠 심장 전문의 산자이 샤르마 교수는 "에릭센이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는 오늘 몇 분 동안 죽었다 살아났다"며 "의료진이 그를 또 죽게 놔두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자문 심장 전문의인 스콧 머레이 박사도 데일리 메일에 "선수 생활이 끝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심각한 심장 이상 증세를 보이는 선수가 스포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전에 검사하더라도 (심정지가) 또 일어날 수 있다.

0.01%라도 재발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