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 앞에 복병이 나타났다. 17세 소녀 메가 가네(미국)가 ‘10대 돌풍’을 일으키며 리더보드 상단을 꿰차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가네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코스(파71·6362야드)에서 열린 제76회 US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멜 리드(34·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선두로 라운드를 마쳤다.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등으로 출전선수 156명 중 15명만이 언더파를 적어냈다. 그중에서도 가네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브룩 헨더슨(3언더파)과 함께 가장 많은 버디(6개)를 꽂아 넣었다.

○54년 만의 아마 신분 우승 도전

가네는 아마추어 선수로는 54년 만에 US여자오픈 우승에 도전한다. 1946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한 건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75·프랑스)가 유일하다. 박인비(33)가 보유한 대회 최연소 우승자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박인비는 2008년 대회에서 19세11개월17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2004년생인 가네는 뉴저지주 홈델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한 여자 챔피언십 공동 3위를 포함해 주니어 대회에서 ‘톱5’에 세 번 입상하는 등 아마추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아 내년 명문 스탠퍼드대 진학을 앞두고 있는 그는 지역 예선에서 연장 접전 끝에 올해 US여자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2019년 처음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땐 11오버파로 커트 탈락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역 예선이 열리지 않아 2년 만에 두 번째 출전 기회를 얻었다. 가네는 “처음 출전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며 “경기에 녹아들었고 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빠른 셈’을 바탕으로 한 위기관리 능력을 자신의 무기로 꼽았다. 1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57%), 그린 적중률(66.7%)도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가네는 24개의 ‘짠물 퍼트’로 위기를 넘겼다. 그린에 공을 바로 올리기 어려울 땐 최대한 그린 주변에 공을 보낸 뒤 다음 샷을 홀 옆에 붙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 덕분에 퍼트 수를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불필요한 모험은 하지 않고 위기 때 당황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런 점들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진영·이정은, 1언더파 공동 9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공동 9위로 출발했다. 2년 만에 대회 우승 탈환을 노리는 이정은(25)도 고진영과 나란히 1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해 역전 우승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 이정은은 “날씨가 좋았고 페어웨이를 많이 지켜 경기가 잘 됐다”며 “코스는 확실히 페어웨이와 그린이 좁아 난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 US여자오픈에서 유일하게 2승(2008년·2013년)을 보유한 박인비(33)도 이븐파 공동 16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5), 에리야 쭈타누깐(26·태국) 등이 박인비와 같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아림(26)은 버디 1개를 잡는 동안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쏟아냈다. 8오버파 공동 130위로 밀린 그는 타이틀 방어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