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시스템 총괄하는 디렉터 개념…'위기 돌파할 비전 제시' 목표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백지선 대표팀 감독 새 사령탑 선임
한국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명가' 안양 한라가 백지선 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한라는 5년 임기를 마치고 고국인 체코로 돌아간 패트릭 마르티넥 감독의 후임 사령탑에 백 감독을 선임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조건 등 관련된 세부 사항은 양측의 협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한라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아이스하키 환경이 급변하는 위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이끌 적임자가 백 감독이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1994년 창단한 한라는 2003년 한국과 일본의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여섯 차례(2010, 2011, 2016, 2017, 2018, 2020)나 정상에 오른 아시아리그 최고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시즌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하이원의 아시아리그 탈퇴(2019년)에 이어 지난 3월 대명 킬러웨일즈의 전격적인 팀 해체로 한라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한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저변 확대를 꾀하고, 이를 통해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구단은 물론 한국 아이스하키 전체의 성장 동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소년을 시작으로 연령대별 팀으로 저변을 확산해 인재 풀을 넓히고, 이 가운데 배출되는 잠재력 높은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최상위 레벨인 성인 엘리트 팀에 수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한라가 그리는 새로운 시스템의 요체다.

국내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도자는 경험과 실력, 국제적인 네트워크 등을 두루 갖춘 백 감독뿐이라고 판단, 영입을 서둘렀다는 것이 한라 구단의 설명이다.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백지선 대표팀 감독 새 사령탑 선임
서울 태생으로 1세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이민한 백 감독은 1990년대 초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명문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1990~1991시즌과 1991~1992시즌에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스탠리컵을 맛본 스타 플레이어다.

2005년부터는 NHL 하부리그인 아메리칸하키리그(AHL)에서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산하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의 코치로 부임하며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7월 모국의 부름에 응한 백 감독은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짧은 시간에 환골탈태시키며 지도력을 확인시켰다.

백 감독의 지휘 아래 남자 대표팀은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2위를 차지, 2018 월드챔피언십에 승격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체코(1-2패), 핀란드(2-5패) 같은 정상급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국내외로부터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 감독은 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남자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세 차례 세계선수권(2015, 2016, 2021)에 나섰다.

18세 대표 선발 캠프(2015, 2016)를 기획, 운영했고, 여러 차례 클리닉을 개최하는 등 유소년 하키 발전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백 감독은 "아시아리그 최고 명문 팀의 지휘봉을 잡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 시절 짧게나마 활약했던 팀에 감독으로 돌아오게 돼 감회도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김우재, 박우상 코치와 대부분의 선수가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라 서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한국 아이스하키 미래의 성장을 위해 팀의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라는 백 감독과 고국 체코로 돌아가 엑스트라 리그 부데요비치 스포츠매니저 및 코치를 맡은 전임 마르티넥 감독을 양대 축으로 삼아 유망주 파견과 전지 훈련, 유소년팀 및 명문 구단 간의 교류 등 선진 아이스하키와의 네트워킹을 지속해서 유지한다는 목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