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첫날 동점 득점…선수 인생 2막 개봉박두
SSG로 이적한 김찬형 "눈물이 핑…기회 잡겠다"
NC 다이노스에서 뛰던 내야수 김찬형(24)은 신세계그룹에서 운영하는 S사 커피를 좋아한다.

원정경기를 치를 땐, 경기장에 나서기 전 S사 매장을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사서 마신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전에도 그랬다.

그는 호텔 인근 S사 매장에 들어갔다.

이날 따라 유독 손님이 많았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커피 구매를 포기했다.

김찬형은 빈손으로 고척스카이돔 원정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선수단 미팅이 잡혔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NC 선수단은 이미 이날 오전 호텔에서 선수단 미팅을 했다.

새로 합류한 이용찬을 반기는 자리였다.

그런데 또 선수단 미팅을 진행한다고 했다.

"찬형이가 우리 팀을 떠나게 됐다.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됐다"
이동욱 NC 감독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이 나왔다.

김찬형은 목이 멨다.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6년 동안 정들었던 곳을 하루아침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고 말했다.

김찬형은 곧바로 짐을 쌌다.

택시를 불러 새 소속 팀, SSG의 홈구장인 인천 SSG 랜더스필드로 이동했다.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김찬형은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

속상한 마음이 컸다.

그는 경기장 도착 후 심호흡을 하고 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산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하고 경남 연고 팀인 NC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김찬형은 "촌놈이 상경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새 동료 선수들은 김찬형을 반겨줬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아침에 주문하지 못한 S사 커피였다.

SSG 선수단은 계열사인 S사 커피를 매일 받는다.

김찬형은 "아침의 일이 생각나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따로 적응할 시간은 없었다.

모든 게 어색했다.

홈 더그아웃도 생소했다.

김찬형은 벤치에서 LG 트윈스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5-6으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제이미 로맥을 대신해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찬형은 후속 타자 추신수의 안타 때 쏜살같이 달려 3루를 밟았다.

한유섬과 박성한은 연속 볼넷을 기록했고, 김찬형은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

홈으로 들어오자 팀 동료 최항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중계화면으로만 보던 '커피 세리머니'를 했다.

김찬형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진짜 SSG의 일원이 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찬형에겐 잊지 못할 하루였다.

그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BO리그 LG전을 앞두고 "처음엔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하루가 지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사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입대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기회를 잡은 만큼 쉼 없이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경기 전 커피를 사는 수고를 덜었다"며 웃은 뒤 "팬들의 기대에 꼭 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