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투수만 만나면 침묵…'좌투수에 약한 우타자' 꼬리표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성적…"타격폼 수정 과정에서 리듬 잡아"

좌투수에 매번 당했던 박동원, 킬러가 됐다…홈런 2개 펑펑
보통 야구에서 우타자는 좌완 투수에게 강하다.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약간 길기 때문이다.

반대로 좌타자는 우완투수에게 강하다.

물론 이 공식을 따르지 않는 타자들도 간혹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인 우타자 박동원(31)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9년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317, 좌투수를 상대로 0.247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우투수엔 0.260, 좌투수엔 0.231의 성적을 올렸다.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우투수 상대 통산 타율은 0.269,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은 0.244다.

박동원은 특유의 와일드한 타격폼으로 인해 정교함이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공을 오래 보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동원은 올 시즌 '좌투수에 약한 우타자'라는 인식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그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 이전까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17차례 맞붙어 13타수 4안타 타율 0.308을 기록했다.

우투수 상대 타율 (0.236)보다 훨씬 높다.

아직 많은 타석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기록이다.

박동원은 "중계방송을 돌려보니 좌투수 상대 타율이 많이 올라왔더라"라며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박동원은 16일 올 시즌 리그 최고 좌완 투수로 꼽히는 한화 라이언 카펜터를 상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는 0-0으로 맞선 5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7회엔 1사 2, 3루에서 좌월 3점포를 기록했다.

박동원이 연타석 홈런을 친 건 데뷔 후 처음이다.

그는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을 올리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0.375까지 상승했다.

경기 후 박동원은 "그동안 와일드한 타격폼을 교타자인 팀 후배 이정후처럼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데, 난 이정후가 아니더라"라며 "타격폼을 다시 수정했고, 내 타격 리듬을 잡으면서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좀 더 많이 (좌투수를) 상대해봐야 할 것 같다"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