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다음으로 선수층이 두터운 유러피언투어에서 만 48세에 첫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탄생했다. 478번째 도전 끝에 브리티시 마스터스(총상금 185만파운드)에서 정상에 오른 리처드 블랜드(48·잉글랜드·사진)가 주인공이다.

블랜드는 16일 영국 서턴 콜드필드 더 벨프리(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공동 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귀도 미글리오지(24·이탈리아)와 나란히 연장전에 들어간 그는 연장 1차전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경쟁자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3만9278유로(약 4억6400만원).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1973년 2월 3일생인 블랜드는 이번 우승으로 유러피언투어 대회 사상 최고령에 첫승을 거둔 우승자가 됐다. PGA투어의 최고령 첫승 기록인 바트 브라이언트(59·미국)의 41세10개월1일보다 7년 가까이 나이가 많다.

하얗게 변한 수염, 얼굴 곳곳에 자리 잡은 주름이 말해주듯 블랜드는 프로 데뷔 26년차의 ‘백전노장’이다. 1996년 프로로 데뷔해 유러피언투어 1부 무대에선 2002년부터 뛰었다. 이 대회 전까지 1부 무대에서 477개 대회를 뛰는 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02년 유러피언투어 아이리시오픈에선 연장전까지 들어가며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2018년에는 투어 카드를 잃고 은퇴의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고 1부 투어 카드를 되찾았다. 그는 “46세의 나이에 챌린지투어로 다시 내려가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블랜드는 아들뻘인 1997년생 미글리오지와 연장에 들어갔다. 미글리오지는 연장 첫 홀에서 3퍼트로 흔들렸고 블랜드는 침착하게 파 퍼트를 넣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블랜드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번 우승으로 블랜드는 2년 투어 시드를 획득해 안정적으로 투어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이번 우승이 큰 힘이 됐다”며 “올해 500번째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