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이 14일 경기 용인의 수원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지난해 시드 순위전에서 37위를 기록한 그는 올해 정규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세은이 14일 경기 용인의 수원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지난해 시드 순위전에서 37위를 기록한 그는 올해 정규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KLPGA 제공
그의 이름 뒤에는 늘 숫자가 붙어 있었다. ‘김현지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같은 이름의 선수가 이미 둘이나 활동 중이어서다. 14일 경기 용인의 수원CC 뉴코스(파72)에서 개막한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그는 숫자를 떼고 ‘김세은’이라는 새 이름으로 도전장을 냈다. 새 이름 덕이었을까. 김세은(21)은 6언더파 66타를 쳐 KLPGA 톱랭커들을 크게 앞질렀다. 1라운드에서 이정민(29)과 공동 선두, 개인 18홀 최소타 기록을 한 번에 거머쥐었다.

1·2부 오가던 무명의 ‘이변’

김세은은 2019년 KLPGA에 데뷔했다. 첫해 상금랭킹 89위, 시드전을 거쳐 복귀한 지난해에도 상금랭킹 85위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다시 치른 시드전에서 37위에 그쳐 올해는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그래도 김세은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드림투어 대회 5차례, KLPGA투어 대회 3차례를 치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지난 11~12일 드림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김세은은 이날 난생처음 리더보드 선두에 이름을 올리는 값진 경험을 했다. 1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다소 아쉽게 출발했지만 4번홀(파5)에서 버디로 타수를 줄인 뒤 이븐파를 이어가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밋밋하던 경기 흐름은 후반 들어 완전히 뒤집혔다. 10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후반에만 6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특히 15∼18번 홀에서는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신들린 샷 감각을 뽐냈다.

김세은은 새 이름에 대해 “이름 뒤에 숫자가 붙어 있다는 건 온전히 내가 아니라는 느낌이어서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숫자를 떼면서 이제야 내 진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세은의 아버지가 백을 들고 그와 함께 필드를 누볐다. 그는 “캐디를 맡은 아버지가 여러 차례 적절한 조언을 해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오늘 좋은 결과에 들뜨지 않고 남은 경기도 차분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6언더파로 우승 후보 떠올라

2016년 KL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한 이후 우승 소식이 끊겼던 이정민은 6언더파 66타로 공동 1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보기 없이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이정민은 “최형규 프로로 코치를 바꾼 뒤 흐트러진 기본을 다시 다지게 됐다”며 “지난겨울 동안 고진영(26) 등과 함께 연습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긴 슬럼프를 겪은 조아연(21), 발목 부상으로 지난 두 대회를 쉰 장하나(29)도 각각 3언더파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첫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모두 톱4에 들며 질주하던 임희정(21)은 스코어를 착각하는 실수로 실격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이날 1라운드를 마친 뒤 1오버타 73타를 적어냈다. 임희정은 이날 9번홀(파4)에서 파,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쳤다. 하지만 스코어 표에는 9번홀 버디, 18번홀 파로 적어냈다. 전체 스코어는 같지만 9번홀 파를 버디로 적어낸 것이 문제가 됐다. 원래 스코어보다 높게 적어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낮게 적어내면 실격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용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