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리더십 양희종-내성적 블루워커 문성곤, 코트 밖 스타일은 극과 극
문성곤 "형 같은 선수 될래요" 포부에 양희종 "벌써 넘어섰다" 칭찬
인삼공사 궂은일-외모 담당 양희종·문성곤 '별자리까지 똑같네'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에는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 닮은 선수 2명이 있다.

바로 양희종(37)과 문성곤(28)이다.

이 둘은 상대 에이스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팀의 살림꾼들이다.

특히 수비에서는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능력자'들이다.

양희종이 2013-2014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고, 문성곤은 최근 2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 수상자다.

양희종의 키가 194㎝, 문성곤 196㎝로 비슷하고 둘 다 '팀 내에서 궂은일도 전담하지만 외모도 담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잘생긴 외모 역시 공통점이다.

또 평소 '공격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지만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슛이 들어간다는 점도 비슷하다.

9일 끝난 2020-2021시즌에서 인삼공사는 '캡틴' 양희종과 '블루 워커' 문성곤의 활약을 앞세워 6강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10전 전승으로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인삼공사 궂은일-외모 담당 양희종·문성곤 '별자리까지 똑같네'

생일도 5월 9일(문성곤)과 5월 11일(양희종)로 비슷해 별자리까지 '황소자리'로 같은 이 두 사람을 13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만났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정도도 아니고 거의 똑같다는 사실은 웬만한 농구팬이면 다 아는 얘기라 코트 밖에서는 얼마나 비슷한 점이 많은지부터 물었다.

양희종은 "제가 볼 때 (문)성곤이는 저보다 내성적이고 '집돌이' 스타일"이라며 "저는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성곤이는 쉬는 날 계속 집에만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취미도 양희종은 "요즘은 육아가 취미가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캠핑 같은 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고 말한 반면 문성곤은 "카페 가서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다시 집에 가고…"라며 말끝마저 흐렸다.

그러자 양희종이 "코트 안에서는 막 (수비 열심히 하면서) 이러고, 밖에서는 저러는게 안 어울리지 않느냐"고 따지며 "성곤이가 컨디션 좋은 날에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말 많이 하면 안 되는 스타일"이라고 놀려댔다.

옆에 있던 문성곤이 "(주위에서) '노잼(재미없음)'이라고…"라며 설명하려 하자 다시 양희종이 "코트에서 워낙 자기 에너지를 다 쓰니까 밖에서는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다"고 문성곤이 '노잼'인 이유까지 설명했다.

학교도 양희종이 연세대, 문성곤은 고려대를 나왔다.

인삼공사 궂은일-외모 담당 양희종·문성곤 '별자리까지 똑같네'

'라이프 스타일'은 매우 달라도 농구 얘기로 돌아가니 둘은 이내 다시 '같은 편'이 됐다.

자신만의 수비 비법을 알려달라는 말에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양희종은 "정말 상대 에이스하고 같이 죽자는 마음으로 달려든다"고 했고, 문성곤 역시 "그냥 한 놈만 잡는다는 각오로 나선다"고 말했다.

이번 '10전 전승 우승'에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설교수' 제러드 설린저의 역할이 분명히 컸지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양희종은 "물론 설린저가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지만 충분히 능력이 있는 후배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했고, 또 어떤 선수들은 그 이상을 해냈다"며 "설린저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문성곤 역시 "모두가 한마음으로 잘한 결과"라며 "설린저도 그런 상황에서 자기 플레이가 잘 된 거고, 국내 선수들도 설린저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시너지 효과가 나온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양희종은 "우리도 10전 전승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6강 시작할 때는 (3월부터 합류한) 설린저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조합이 완벽해졌고, 선수들의 기까지 살면서 나중에는 우리 스스로 '너무 강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인삼공사 궂은일-외모 담당 양희종·문성곤 '별자리까지 똑같네'

문성곤은 자신의 프로 적응에 양희종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인삼공사에 뽑힌 문성곤은 첫 시즌인 2015-2016시즌 평균 7분 30초만 뛰며 득점 1.7점으로 부진했다.

그는 "첫 시즌에 정말 너무 안 풀렸는데 희종이 형이 '군대를 빨리 갔다 와라'고 조언해줬다"며 "군에 있으면서 제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전역 후 팀 적응도 수월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곤이는 영리한 선수라 군에 다녀오면 팀에서 맡을 역할을 훨씬 잘 알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성곤이 같은 선수는 팀 성적이 나려면 정말 필요한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29일 피겨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곽민정과 결혼하는 문성곤은 25일 소집되는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문성곤은 "결혼식하고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면서도 "제주도 신혼여행도 취소했지만 나라를 위해 가는 것인 만큼 좋은 마음으로 다녀와서 (잘 이해해준 예비 신부를) 잘 달래줘야죠"라고 특유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애정이 깃든 말투로 말했다.

인삼공사 궂은일-외모 담당 양희종·문성곤 '별자리까지 똑같네'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에 양희종의 '절친'으로 잘 알려진 원주 DB의 가드 김태술(37)이 은퇴를 발표했다.

양희종은 "통화하면서 우리 팀에 와서 1년 같이 하자고도 얘기했는데 (은퇴가) 남 일 같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며 "(김)태술이는 제게 우리나라 최고의 포인트 가드였고, 함께 운동하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양희종이 "저도 계약이 1년 남았는데 은퇴 시기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퇴 이후 삶이 어떤 것이 되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문성곤이 "제가 희종이 형에게 너무 의지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형의 은퇴는 상상이 안 되고 형이 없다고 생각하면 먹먹해질 정도"라며 아직 1년 이상 남은 양희종의 은퇴를 벌써 만류하고 나섰다.

문성곤에게 남은 선수 생활의 목표를 물었더니 "희종이 형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고, 양희종은 "넌 벌써 넘어섰어"라며 오글거리지만 후배에게 힘이 되는 말로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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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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