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열차'에 올라탄 롯데…필요한 건 소통과 믿음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8회초 시작부터 등판한 김원중의 표정은 9회초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김원중은 선두타자에게 홈런, 이어 안타와 볼넷, 그리고 또 홈런을 내줬다.

4-2의 리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결국 롯데는 6-7 역전패를 당했다.

래리 서튼 신임 롯데 사령탑은 1군 감독 데뷔전에서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견 이해가 가는 선택이다.

셋업맨 최준용이 어깨를 다쳐 전력에서 빠진 상황이었고, 8회초 SSG의 공격은 1번부터 시작하는 상위 타선이었다.

현재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김원중을 먼저 투입해 SSG의 예봉을 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무리투수는 9회에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신선한 결정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결과를 떠나 과연 서튼 감독이 김원중에게 왜 8회에 나와야 하는지 선수가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몸이 덜 풀린 듯한 김원중의 투구나 마운드 위에서의 흥분된 표정을 보면 그 과정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시즌 30경기 만에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서튼 퓨처스(2군)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될 경우, 1군 코치진 중에서 수석코치 등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통 감독대행은 전임자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스템을 흔들지 않는다.

하지만 서튼 감독에게 부여된 임무는 다르다.

롯데 구단은 허 감독의 경질 배경에 대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의 방향성과는 엇박자를 냈던 허 감독과는 달리 서튼 감독이 팀 체질 개선을 추구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 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구단이 나아갈 것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서튼 감독은 감독으로 지명되자마자 투수 유망주 정우준과 송재영, 외야수 신용수를 한꺼번에 1군으로 콜업했다.

2군 상동구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봤던 외야수 신용수, 투수 진명호는 감독 데뷔전에서 나란히 중용됐다.

마무리투수 김원중의 8회초 투입은 서튼 감독의 파격적인 경기 운영의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허 감독이 철저하게 1군의 주력 선수들 위주로 경기 운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허 감독은 경직된 엔트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특정 선수들에게 고집스럽게 기회를 부여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시즌 도중에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파격적인 경기 운영이 지속된다면 기존 선수들과 파열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허 감독 체제에서 무한 신뢰를 받았던 기존의 1군 선수들에게 서튼 감독은 불청객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리빌딩을 추구하는 팀이라면 어느 팀이나 겪게 되는 갈등이다.

그런데 롯데는 시즌 도중에 급격한 방향 전환을 앞두고 있다.

과연 서튼 감독은 순조롭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세대교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김원중의 사례에서 보듯 소통과 믿음이라는 윤활유가 없다면 리빌딩 열차는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주장 전준우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