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구단 방향성과 정반대 행보 속에 조기 경질
2005년 KBO리그 홈런왕 출신 서튼 2군 감독, 1군 지휘봉 잡는다
프로야구 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서튼 새 사령탑 선임(종합)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1일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래리 서튼 신임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롯데 구단은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2군)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는 향후 팬들의 바람과 우려를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앞으로 재미있는 야구와 근성 있는 플레이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019년 11월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허 감독은 약 1년 6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롯데는 허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 71승 1무 72패로 7위에 머물렀다.

허 감독은 올 시즌 4위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롯데는 현재까지 30경기에서 12승 18패로 전체 10개 팀 중 최하위로 처져 있다.

허 감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뿐만 아니라 팀 운용과 관련한 난맥상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베테랑들은 아무리 부진해도 전폭적인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1군 출전 기회가 필요한 유망주들은 2군에 계속 머물거나 1군에 올라와도 벤치만 지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롯데는 리빌딩을 위해 2군 육성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리빌딩 팀은 단장과 감독 사이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인데, 허 감독은 1군 엔트리를 놓고 성 단장과 사사건건 대립했고, 불편한 감정을 외부에 노출해 불화설을 부추겼다.

물론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하는 단장과 당면한 성적이 우선인 감독의 지향점이 서로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구단의 방향성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거듭하면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1점 차 승부에서 13승 21패에 그치며 리그에서 가장 낮은 승률 0.382를 기록했다.

끝내기 패배만 14번을 당했다.

올해에도 롯데는 1점 차 승부에서 2승 5패, 승률은 0.286으로 리그 9위다.

접전 상황에서 허 감독의 경기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의미다.

롯데는 앞서 조원우 전 감독, 양상문 전 감독과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조 감독은 3년 재계약했으나 1년 만에 퇴진했다.

양 전 감독은 시즌 도중 물러나 공필성 감독대행이 2019시즌 잔여 경기를 치렀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허 감독을 재신임했으나 결국 시즌 30경기 만에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 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서튼 감독은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부터 팀을 지휘한다.

서튼 감독은 2005∼2007년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고, 2005년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타격 코디네이터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클래스A 팀인 윌밍턴 블루락스 타격 코치 등을 역임했다.

허문회 감독 부임 당시에도 유력한 감독 후보로 꼽혔지만 2군 감독으로 선임됐다.

2군에서도 뛰어난 성품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인정받아 차기 감독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서튼 감독의 부임으로 올 시즌 KBO리그는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까지 외국인 감독 3명 시대를 맞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