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널과 웨스트햄의 경기가 한창인 어느 새벽. TV 중계 화면에 푸르고 붉은 그래프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공격수가 공을 몰고 나가는 ‘결정적 순간’을 나타낸 이 수치는 10초 안에 해당 팀이 골을 넣을 확률을 표시한다. 경기 중계진의 설명에 박진감이 더해진다.

오는 8월 14일 개막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TV 중계가 등장할 전망이다. 시청자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전하는 흥미로운 경기 정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EPL은 오라클을 공식 파트너로 선정해 이 회사의 클라우드 기반 매치인사이트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7일 발표했다. 매치인사이트는 수천 개의 과거 경기를 머신러닝 기술로 학습한 뒤 실시간 추적 데이터를 읽어 선수들의 성과와 경기 동향 통계를 만들어낸다.

‘결정적 순간 측정 트래커’ 기능도 그중 하나다. 선수가 공을 몰고 들어가거나 슛을 하기 직전 골을 넣을 확률을 추산하는 기능이다. 매치인사이트에 심은 인공지능이 패스, 드리블, 태클의 결과치를 선수 위치 등의 데이터와 결합해 골 확률을 계산하고, 이를 2차원 그래프로 중계 화면에 표시해준다.

실시간 승리 확률도 시시각각 표출된다. 경기 잔여 시간을 인식해 10만 번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지난 4년 동안의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의 원정 경기 여부와 레드카드 개수까지 고려한 시뮬레이션 모델이 구축돼 있다. 공의 점유, 비점유 상태를 따져 선수들의 평균 포메이션 위치 분석도 지원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이 AI 모델과 결합해 새로운 스포츠 콘텐츠를 창조한 것이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