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겠다'던 허문회 감독, 2년 차에도 문제 되풀이
허문회 감독의 위험한 고집, 실패한 길을 다시 걷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세 차례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4월 17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 4월 22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 5월 1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 등 일주일에 한 번꼴이다.

'야수 등판'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파격적인 기용법이지만 롯데 구단에는 어느새 일상이 됐다.

구단 내부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홈팬들은 물론 상대 팀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4월 22일 부산 두산전은 목요일 경기였다.

두산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을 앞둔 두산을 상대로 롯데는 9회초 2사에서 투수를 교체했고, 그것도 야수에게 공을 건넸다.

'야수 투수 기용'을 둘러싼 구단 내부의 탐탁지 않은 여론을 수장인 허문회 감독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허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5월 1일 부산 한화전에서 시즌 세 번째 야수 등판을 감행했다.

허 감독은 기본적으로 1군에서 유망주 기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믿는 사령탑이다.

유망주는 1∼2명만 써야지, 3명 이상 쓰면 팀이 망가진다고 주장한다.

유망주들의 서툰 플레이가 나오면 당장 팀 경기력에 지장을 주고, 이로 인해 베테랑이 소외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팔팔한 베테랑이 준비 안 된 유망주에게 기회를 뺏겼을 때, 팀이 순식간에 와해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고 허 감독은 말한다.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얻은 신념에 가까운 경험칙이라 이를 흔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허 감독이 감독 면접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망주 기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건 허 감독의 일관된 소신이다.

팀 리빌딩의 사명을 안은 성민규 롯데 단장과 철학이 완전히 다르니 불협화음이 안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이를 이해하면 허 감독이 왜 커리어 최악의 부진에 빠진 손아섭을 끝까지 2번 타자로 기용하고, 좌타 대타 요원으로 베테랑 이병규를 중용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민병헌, 안치홍이 부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 1군 내외야 백업 요원을 중고참급인 신본기, 김동한, 김재유, 허일로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는 7위에 그쳤다.

팀 전력의 80%도 채 활용하지 않은 베테랑 위주의 운영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경질설'을 의식한 것인지 허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다.

구단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지난해의 시행착오 때문이라도 유연한 선수 운영이 필요할 텐데, 오히려 허 감독의 신념은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허 감독은 불펜투수 구승민, 박진형의 부진과 관련한 질문에 "(2군에서)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승민, 박진형을 대체할만한 2군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령탑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2군에서 올릴 투수를 검토하고 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구승민, 박진형이 결국은 해줘야 하는 선수니 좀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데 허 감독은 2군에서 쓸 투수가 없다고 말한다.

설사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를 입 밖으로 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2군 선수들에게 이러한 발언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포수 지시완이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허 감독의 반응은 "황당하다"였다.

"안 좋은 피드백도 달게 받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뒷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야수 등판을 계속 강행하는 데에서도 불통의 흔적이 발견된다.

허 감독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어차피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다.

사령탑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숱하게 사용되는 말이지만 허 감독의 말에서는 간섭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연합뉴스